‘참 혼란스럽다…? 요즘 필자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내가 판단하고 옳다하며 가치를 두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내 주위에서 나를 놀리는 듯 빙글빙글 돈다.

꼭 방안에 가만히 앉아 어떤 프로그램인가에 열중해 있을 때처럼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드라마에서 나는 ‘The End’라는 글자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예상되는 마지막 장면,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미국이 전쟁으로 수 많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에게 각종 최신 무기 사용과 우라늄 폭탄 투하를 통해 이라크에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 국민들은 살아가는 데 참고하십시오.”

나는 전쟁을 반대한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한다. 하지만 TV 앞에 앉아 생각으로만 반대했다.

서교장이 죽었다. 전교조 때문이란다. 여교사에게 차 심부름을 시켰다고 항의하는 전교조의 압력을 못 견뎌서 서교장이 죽었단다. 그리고 어떤 인터넷에 올라온 답글. “차 심부름도 하기 싫으면 사회생활 하지 마십시오!” 덧붙여지는 이야기, “전교조는 과잉대응을 삼가야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의 숫자를 보태어 감에 따라 사회가 두리뭉실한 사고방식을 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혼란스러운 이유다. 옳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일들이 자꾸만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묻혀지고 내 생각을 두리뭉실하게 만들고 있다. 적당히 생각하고 적당히 행동하는 것. 때로는 이라크의 전쟁처럼 나의 의견과는 전혀 상관없이 진행되는 일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쟁을 반대하는 인간방패 사람들과 세계 각국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 그리고 차 심부름에 과잉대응한 전교조. 이들의 공통점은 보기에 조금 ‘오바’일지라도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모두가 두리뭉실한 세상에서 변화를 바랄 수 있을까?

 세상은 급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힘들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다. 전쟁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묻는 학생회의 총투표에서 투표율이 30%를 넘지 못했다. 찬성이면 찬성이라고 반대면 반대라고 도장 찍는 것이 어려운 우리다. 이유야 어떻든 전동대회도 무산되고 전학대회도 무산됐다. 행동은 커녕 의견개진도 안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건대의 발전은 우리 사회의 발전은 어디서 말해야 하는가?

그래, 계속 TV에서 드라마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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