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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후손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인천 부평의 금싸라기 땅을 찾아서“일제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
홍미진 기자 | 승인 2004.03.15 00:00

미군기지로 묶여있던 인천 부평의 금싸라기 땅이 7년에 걸친 노력 끝에 시민들에게로 돌아오게 됐다. 시민들은 그 땅에 인천 공원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땅주인이 등장했다. 그 땅주인은 일제시대 ‘댓가를 지불하면 한일합방을 원활하게 해주겠다’며 한일합방에 최고 공을 세운 친일파, 송병준의 자손들이었다. 친일파는 정말로 살아있었다. 인천 부평시를 찾아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풀이-

■인천 부평에서 만난 사람들

 

올 들어 처음 느껴보는 봄기운 속에서 부평 지역의 주민들을 만나봤다. ‘일제’라는 말이 ‘호랑이 담배피던 옛날 시절’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요즘 시대, 매국으로 얻은 땅을 되찾으려는 친일파 후손의 주장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인천 시민회의

“미군기지였던 그 땅 되찾는데 7년 넘게 걸렸어요. 이제 돌아오는구나 했는데 갑자기 친일파 자손들이 나타나서는 자기네 땅이라고 하니 다들 화가 나는 거죠.”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아래 시민회의)’의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이병길(33)씨의 말이다. “미군 기지 되찾으려고 674일 동안 하루도 안빼고 천막농성하고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미군기지 인간 띠잇기’도 했다고요.”

“친일파 후손들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친일 재산전문 브로커’. “친일파 후손들을 찾아다니면서 땅을 찾아준다는 조건으로 이익을 챙기는 거죠. 빡빡~한 사슬처럼 엮인 거대조직인거죠. 휴~ 해장국 집 하시는 분들이 끓여다 주신 해장국 먹으면서 싸워서 되찾은 땅을 한순간에 빼앗길 위기에 놓였어요…”

#노인정

▲ © 김혜진 기자

“아, 그거? 당연히 안돼~ 친일파는 역적인디~ 그거 송병… 뭐시기라고, 친일파 자손들이 그 땅을 찾으려고 한데~ 그 사람들한테 뺏기면 안돼지~” 깊은 주름살 아래 커다란 눈이 인상적인 노인정 할아버지가 고개를 설래설래 하며 단호히 말한다. “아고고~(친일파들이) 일제시대 때는 쪽빨이 앞잽이 노릇하고, 해방되니까 안면 싹 바꾸고 빈집이랑 땅 같은 걸 자기 껄루 만들어 버리더라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할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작은 체구의 할머니. 할머니의 재미난 표정에서 술술 풀어지는 일제치하의 어린시절은 결코 웃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이고~ 그땐 말할 것도 없어~ 일본놈들이 콩기름 짜고 남은, 그 납작한 쪼가리 주며서 끼니 때우라고 했었다니까~”

#부동산 중개소

▲ © 김혜진 기자

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조재희(44) 부동산 중개업자도 노인정 할아버지와 같은 생각이다. “그거 되찾으려고 사람들 고생 많이 했어요~ 맨날 거리 다니면서 서명운동 하고 현수막 붙이고… 근데 갑자기 친일파 후손들이 자기 땅이라면서 되찾으려 한다고 들었어요. 이런게 다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깨끗이 정리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안그래도 시민들이 누려야할 공간을 미군부대가 차지하고 잇어서 불만스러웠는데~ 갑자기 친일파 자손이 나타났으니 우리 시민이라면 당연히 안좋아하죠.”

#구두방

▲ © 김혜진 기자

이제 막 구두방으로 들어오는 주인 아주머니(66)가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이라며 자리에 앉는다. “우리가 봐도 그 땅을 찾으려고 젊은 사람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 근데 갑자기 친일파 후손들이 나타나서 자기 땅이라고 하는데 말이 돼? 그건, 일제 친일 잔재 땅이라 그 사람 땅이 될 수 없는 거야. 환수해야지. 내가 송병준 자식이면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겠다.” 그래도 아주머니는 그 땅이 “인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도 법대로 하면 되겠지”

 

 

 

■친일파 후손들의 소유권 소송 ‘판결, 이렇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말 ‘법대로’만 하면 부평 기지를 인천 시민들이 돌려받을 수 있을까? 청량리에 위치한 민족문제연구소를 찾아갔다. 민족문제 연구소 방학진(33) 사무국장은 “판사의 법해석과 적용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실제로 “93년 이완용의 후손들이 당시 개인 소유로 있던 용산 땅에 소송을 걸었는데,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판사의 결정 아래 패소했던 판례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결국에는 60억원에 해당하는 2천여 평이 이완용의 자손들에게 돌아갔지만, 판사가 법을 어떻게 해석·적용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는 것. 결국 제대로 된 친일 재산권 관련 법규가 없는 상황에서 친일 후손들의 재산 문제에 관해서는 판사의 민족적 양심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것이다.

친일행각 처벌은 고사하고, 기록만 하겠다는 ‘친일반민족행위특별법’도 ‘누더기’가 된 채 통과된 해방 55주년이다. 친일 세력의 이름을 남기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시대, 친일 세력들이 매국의 대가로 얻은 막대한 재부를 당당하게 되찾을 수 있는 시대다. 우리들의 상식은 노인정 할아버지, 구두 방 아주머니의 생각 속에 있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국민들의 상식이 통하는 판결이 내려져야할 것이다.

홍미진 기자  h-logal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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