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드레트 올탄, 강신헌, 박정훈군의 터키여행기①

약 두달 전에 우린 학교신문의 지면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린 적이 있다. 새해를 이슬람 문화 속에서 라는 큰 글귀와 함께 터키 여행에 대한 계획과 각오 그리고 꽤나 큰 사진이 소개된 것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우리를 알고있는 주변인들의 관심을 끌게 했던 작은 사건이기도 했는데 그 후 일행은 많은 분의 기대와 격려로 한달간의 뜻 깊은 여행을 무사히 마쳤고 다시 한번 관심(?)을 유도키 위해 27일간의 터키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솔직히 말해 터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어렵게 이런 기회를 만든 것은 아니다. 아마 그 정도는 여느 책자에도 있을법한 꺼리이기에 딱딱한 설명보다는 여행기를 통한 실질적인 전달을 통해 유익한 마당으로 이끄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여행은 1월9일부터 2월 4일까지였으며 여행자는 소개되어진 구드레트 올탄, 강신헌, 박정훈이다. 그럼 이제 여행을 가보자고~~ 휘리릭!!!

1월9일 아침 일찍 부산을 떨며 내 등치만한 베낭을 멨다. 생일날에 외국 여행가는 사람이 있을까? 솔직히 그날이 내 생일인줄은 알았지만 터키~터키~하고 있던지라 아침을 김밥하나로 때워도 기분은 최고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는 꿈자리가 사납다고 성화시다. 이래저래 아무일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시킨다. 지금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내 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오직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짐을 되도록이면 가볍게 가져가라고 하는데 요놈의 내 봇짐은 완전 무장한 행군 가방이다. 그래도 마음은 솜사탕이니 날아도 가겠다. ㅋㅋ 

초등학교 소풍가는 아침 헤헤거리고 들떴던 15~6년 전의 모습과 어쩜 이리 같을까. 매일 지겹게 보는 누나 얼굴도 이쁘게 보인다. 얼마 전에야 비로소 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있었는데 방학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터키를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알아본 정보로는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원래 터키는 유럽에서도 매력적인 관광지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있고 여러 고대 유적지와 휴양지가 많아서 우리와 이웃인 일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있다고 하니 관광자원이 풍부하긴 하나 보다.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SU라는 러시아 비행기다. 학생의 실정을 감안해서 싼 비행기를 찾는다고 한 것이 러시아까지 우리의 발길을 닿게하는 일대 쾌거를 이뤘다. 음~ 춥겠다.^^

밤 8시, 모스코바 공항에 내렸다. 이론~ 이론~ 어두컴컴하고 삭막하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단체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과 한두명 짝지어 다니는 일본 사람뿐이다. 한국 관광객들은 패키지 여행하는 분들 같았는데 빨강 풍선팀! 파랑 풍선팀!하고 가이드가 외쳐대는 것을 보니 롯데월드 야간 개장에 놀러 온 기분이다. 그래도 이국 땅이라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한참을 지새다가 드디어 이스탄불발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탑승 버스를 탄다. 아~~ 다르다. 이게 러시아의 겨울이구나. 한번도 경험 해보지 못한 찬 공기가 코를 얼얼하게 만든다. 늘상 비염증세 때문에 막혀있는 코가 뻥 뚫린다. 호호 요것 봐라. 두어시간만 더 있으면 완전 공짜로 추잡한 것 하나 떼어낼 수 있겠구만. 흐흐.

다들 크레믈린을 지키는 경호원들이 입던 거무잡잡한 긴 코트에 귀밑까지 축 늘어진 모자를 쓰고 있다. 정훈이는 돌아갈 때 저 모자 하나 사서 가야겠다고 절대방한이라고 좋아한다. 오면서 냅다 술을 마시던 아저씨가 생각난다. 또한 몇 일전 읽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라는 소설도 생각난다. 러시아하면 떠오르는 차디찬 거리에 보드카를 진탕 먹고 나오는 남자들.. 독한 보드카가 이런 추위를 조금 가라앉혀주는 역할을 하는 건 당연할거라고 혼자 짐작해본다.

드디어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타고 세시간 내내 창문간에 고개를 들이대고 정신 없이 곤함을 달랜다. 한번도 거절하지 않았던 음료수와 기내 간식을 못 받아 먹은 것이 날 힘들게 했지만 곧 이는 날 위로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10초도 안되어 잊어버렸다.

우와 보스포러스해협이다~~ 옆에 앉아있는 터키 여성 분이 미소를 짓는다.(정훈이와는 다른 좌석에 앉게 되었다) 어떤 의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저 바보~아니면 호호 귀여운데 둘 중에 하나가 되겠지. 아님 말고^^ 보스포러스해협에 비치는 찬란한 불빛들.. 그 위에 유유히 떠있는 큰 배들. 한참을 넌지시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스탄불 그 세련된 조화는 이제 시작될 우리의 여행에 강력한 부드러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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