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혁진(경영대·경영19)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취미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취미이고, 특정한 물건을 모으거나 사는 것 또한 취미이다. 그중 신발을 구매하거나 모으는 행위는 전 세계적인 취미생활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국내 대표 운동화 커뮤니티 ‘나이키 매니아’에는 약 70만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고, 신발을 되파는 리셀 시장도 국내에 상당히 크게 형성되어 있다. 신발을 사려고 매장 앞에서 텐트를 설치해 하룻밤을 지내는 사람도 있다. 리셀가격이 150만원에 웃돌만큼 인기가 많거나 희귀해 그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스니커 문화가 가장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는 나라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스포츠인 농구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스포츠보다 장비에 대한 큰 지출 없이 길거리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농구는 빈민가의 흑인 아이들에게 가장 가깝고 재밌는 스포츠였다. 필요한 장비는 공 하나와 신발 한 켤레뿐이었고, 다른 스포츠에 비해 신발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당시 전설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등장으로 청소년들은 조던을 보며 꿈을 키우는 동시에 농구와 흑인 패션이 결합하여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현대의 스니커 매니아들에게 신발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땅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신발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고대인들에게 신발은 최초의 교통수단이었을 것이다. 신발이 없었다면 뜨거운 사막의 모래, 차가운 눈밭, 거친 가시밭 위를 지나다닐 수 없었을 것이다. 현대인들에게는 발을 보호하는 수단을 넘어 패션 아이템, 자신만의 자랑거리, 이야기가 깃든 추억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세대들이 ‘에어조던’ 시리즈에 열광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들에게 에어조던은 기억과 이야기, 추억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건전해 보이는 스니커 문화에도 문제점은 있다. 가품을 정품처럼 속여 파는 사람들, 터무니없이 높은 리셀가, 실제 신으려는 목적이 아니고 되팔아 돈을 벌기 위해 신발을 구매하는 리셀러와 진짜 매니아 간의 갈등 등은 아직 스니커 문화에 미성숙한 부분이 존재하고, 차츰 고쳐나가야 함을 지적한다.

 

과거 20세기 중후반 서구에는 신발 연구에 미친 사람이라는 은어인 ‘슈독(shoe dog)’ 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그의 자서전에서 슈독을 이렇게 설명한다. “슈독은 신발의 제조, 판매, 구매, 디자인에 전념하는 사람을 말한다. 신발에 일생을 건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 표현을 쓴다.” 현대의 스니커 매니아들은 신발의 구매 쪽에 치중해있긴 하지만, 그 관심과 열정만큼은 과거의 슈독과 다를 바가 없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추억거리는 무엇인가? 당신을 열광케 하는 취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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