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이과대·물리18)

 

나비는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내가 아는 바로 나비는 꿀을 먹으며 살아간다. 나비는 이 꽃 저 꽃을 돌아다니며 꿀을 찾아다닌다. 나비는 이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빨이 있었다면 한 자리에서 나뭇잎만 먹고 살아도 배고플 일은 없을 텐데 왜 나비는 이빨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대신 나비는 빨대 같은 입을 지니고 있어 자신만 맛볼 수 있는 꽃을 찾아가 그 꽃에 담긴 꿀을 먹는다. 꿀이 떨어지면 또 다른 꽃을 찾아 날아가야만 한다. 나비의 삶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나비는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심지어 나비도 애벌레였을 시절에는 나뭇잎이나 열매들을 갉아먹을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먹을 것이 떨어지더라도 조금만 기어가면 또 먹을 것이 넘쳐흘렀기 때문에 애벌레는 자신의 삶에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넘쳐 흐르는 음식 속에 파묻힌 자신의 삶에 의문을 던지는 순간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나뭇가지 위에서만 기어다니는 나에게 세상은 이 한 그루의 나무가 전부인 것일까? 내가 모르는 세상은 얼마나 넓게 펼쳐져 있을까? 얼마나 다양한 나무와 풀들이 있을까? 얼마나 많은 나와 다른 이들이 있을까? 내가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다 만나볼 수 있을까? 나도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애벌레는 나비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나비가 되기 위해서 이빨은 버려야만 했다. 무거운 몸은 여행에 방해가 될 뿐이다. 조금 먹고 조금 마시고 최대한 멀리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이빨을 벗어 던지고, 소화기간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던 몸뚱이도 벗어 던지고, 애벌레의 삶을 편하게 해 주던 모든 것을 버렸다. 그리고 시작된 기다림.. 이제껏 경험해 본 적 없던 배고픔과 옴짝달싹하지 못할 만큼 좁은 공간에 갇힌 기분, 내가 과연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수 없이 드는 의문.. 그 기다림 끝에서 결국 애벌레는 나비로 탈바꿈을 하게 된다.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나비의 삶은 가혹하기만 할 뿐이다. 비바람에 날개가 찢어지고, 꽃을 찾지 못해 수 많은 날들을 배고픔으로 지새우고, 아름답기만 할 줄 알았던 세상은 그 반대의 것들이 더 많은 것 같고, 결국 계절이 바뀌면서 나비는 흙먼지에 뒤덮인 채 쓸쓸히 식어간다. 하지만 나비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애벌레의 삶에 만족한다. 애벌레의 삶에 의문을 던져본 적이 없어 그저 나뭇잎만 갉아먹으며 살거나, 나비의 삶을 동경하지만 그 과정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벌레의 삶도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가치 없는 삶은 없다. 좁은 곳에 갇혀 있다 대학이란 넓은 세상에 발을 디딘 우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비가 되기를 꿈꾸어야 할까? 이보다 더 넓은 세상을 꿈꾸어야 할까? 아름답지 않은 세상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성숙해지기 위해 많은 것을 버려야만 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나아갈 수는 없다. 아직도 세상에는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과, 그들과의 추억이 남아있다고 믿는다. -YB의 ‘나는 나비’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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