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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여론, '실시간 검색어'
어윤지 기자 | 승인 2019.11.20 17:10

단순한 순위가 아닌 여론의 동향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포털사이트 이용자의 관심사와 그 흐름을 검색어 순위로 보여주는 검색 포털사이트의 주요 서비스이자 인기 서비스다. 국내 포털사이트인 네이버(NAVER)와 다음(DAUM)은 각각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실시간 이슈 검색어’라는 이름으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는 검색어의 절대적인 양이 아닌 일정 시간 동안(네이버, 다음 기준 1분) 검색량이 급증한 비율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한 ‘2018 언론수용자 인식조사’에서 포털사이트 뉴스의 이용 형태를 조사한 결과(사례 수 5,040명),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른 인물이나 사건을 찾아 이용한다’라는 답변에 ‘매우 그렇다’와 ‘그런 편이다’를 선택한 이용자가 52.1%(‘매우 그렇다’ 11.8%, ‘그런 편이다’ 40.3%)로 나타났다. 반면, ‘그렇지 않은 편이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를 선택한 이용자는 29.9%(‘그렇지 않은 편이다’ 21.0%, ‘전혀 그렇지 않다’ 8.8%)였다. (‘모름/무응답’과 ‘해당 사항 없음’은 18%) 실시간 검색어 순위로 그 날의 의제가 결정되기도 하는 만큼 실시간 검색어가 얼마나 여론을 잘 반영하고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무료 광고판이 된 ‘실시간 검색어’
최근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기업의 상품이나 이벤트를 위한 광고판이 돼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 떠오르는 ‘실검 광고’는 광고용 검색어를 급증시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게 해 네티즌의 관심을 끄는 방식이다.
지난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동안 네이버 ‘데이터 랩’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오후 2시 기준 전체 연령대의 상위 20의 검색어 중 6.9개(일 평균)의 검색어가 광고성 검색어였다. 상대적으로 광고성 검색어가 적은 주말을 제외하면 일 평균 8개가 광고성 검색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성 검색어는 1+1 행사나 대규모 할인이벤트, 특정 상품이나 축제 등 다양한 범위의 광고를 포함하고 있었다.

'실검 광고' 진행과정

실검 광고는 퀴즈나 이벤트를 통해 광고 대상을 이용자들이 직접 포털사이트에 검색하게 하면서 진행된다. 대표적인 실검 광고는 인터넷 금융서비스 ‘토스’의 ‘행운 퀴즈’이다. ‘행운 퀴즈’는 토스를 사용하는 누구나 금액(최소금액 10,000원)을 걸고 퀴즈를 낼 수 있는데 이 퀴즈를 풀면 전체 상금의 일부를 무작위로 받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지난 4일, 토스 행운 퀴즈는 ‘XX 블프데이’ 행사에 관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토스의 행운 퀴즈 페이지에서 <‘XX 블프데이’ 검색 후 이벤트페이지를 클릭해보세요!>라는 힌트를 제공해 이용자들에게 검색을 유도했다. ‘XX 블프데이’는 11시 16~17분 사이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20위권으로 진입했고 순위가 계속 올라 1위까지 올라 약 3시간 정도 1위를 유지했다.
광고를 원하는 기업은 퀴즈 진행업체에 홍보를 요청하고 퀴즈를 통해 검색을 유도해 검색어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게 한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면 상품에 관심 없는 포털 이용자들에게도 노출이 돼 적은 투자비용으로 큰 광고효과를 얻는 고효율 광고인 셈이다. 상업적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 일부 인터넷 언론 매체들이 관련된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 그 광고효과는 배가 된다.


정치적 검색어 순위 올리기, 여론 조작?
지난 8월 27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두고 논란이 일어났을 때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조국 힘내세요’라는 검색어가 등장했다. 이 검색어는 오후 2시 12분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20위권에 진입한 이후 계속 상승해 오후 3시 15분 1위에 올랐다. 조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의견을 모아 ‘검색어 총공’을 한 것이다. 이들은 조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검색어와 시간대를 정해 검색량을 늘리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 위한 일종의 ‘팁’을 주고받았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오른 '조국 힘내세요' 와 '조국 사퇴하세요'

검색어 ‘조국 힘내세요’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자 조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조국 사퇴하세요’라는 검색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 검색어는 오후 5시 20분 20위권에 진입, 이후 빠르게 상승해 검색어 ‘조국 힘내세요’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다퉜다. 성격이 다른 2개의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한 실시간 검색어 순위 올리기가 ‘여론 조작’이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지난 10월 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실검은 특정 목적을 가진 일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순위를 끌어 올려 전체 국민의 여론인 것처럼 왜곡할 수 있는 구조적인 맹점이 있다”며 실시간 검색어의 여론 왜곡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후 이번 상황을 두고 실시간 검색어 조작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네이버, 카카오 대표는 “기계적 개입에 의한 비정상적 이용 패턴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실시간 검색어 조작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람이 직접 입력한 검색어에 대해서 의도를 알 수 없기에 조작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개선의 시작은 정치권이 아닌 이용자의 요구로부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난 10월 25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올리기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정치적 검색어 순위 올리기 △상업적 실시간 검색어 △선거기간 실시간 검색어 관리 △실시간 검색어 알고리즘 공개 여부 등과 같은 논제를 다뤘다.
정치적 실시간 검색어 순위 올리기의 여론 왜곡 우려를 주제로 토론에 참가한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 영상학과 교수는 “실시간 검색어는 여론도, 여론 조작도 아니고, 여론을 표현하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는 “정체성의 노출 없이 익명으로 표출하는 의사 표현이 마치 일반적인 것처럼 받아들여 여론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업적 검색어 문제’와 ‘선거기간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관리’에 관해서는 참여자 대부분이 포털사업자 자체적으로나 제도적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실시간 검색어 문제의 논의는 정치권의 압박이 아닌 시민 선에서의 요구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어윤지 기자  yunji051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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