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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심사평]삶을 치열하게 되돌리며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박성현 시인 | 승인 2019.12.07 06:00
박성현 시인

시는 언어의 예술적 울림이기 이전에 삶의 진솔한 이야기이고, 생활의 끊임없는 반성이자 자기-성찰과 사랑이다. 다시 말해, 시는 언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우리 사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하찮고 비리며 하염없는 그리움의 시간들에서 산출되는 것이다. 시가 언어-예술이라는 것은 시에 대한 최종 판단에 불과하다. 그 어떤 시도 결코 삶을 비껴가지 않는다.

올해 건대신문상 시부문에는 총 73편의 시가 응모되었다. 투고 작품들을 숙고한 결과 6개의 시편들을 최종심에 올렸다. 기준은 두 가지였다. 언어의 과잉이 없어야 할 것, 그리고 삶을 투사하지만 포즈에 불과하지 않을 것. 요컨대, 소소하지만 생경한 일상에서 출발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유일무이하고 진솔한 언어로 승화시키는 것.

죽음의 심연을 객관적이고 단호히 바라보려는 슬픔에 빛을 입히는 법, 이른 새벽에도 불을 밝히는 따뜻한 노동에 바쳐진 새벽빛, 언어를 향한 치열한 직관과 자의성을 녹여낸 빛바랜잔디브롯치, 대상에서 자신의 시선을 발견하고 그 놀라운 반전을 독특한 언어로 승화시킨 쓰리샷 아메리카노, 누구나 견뎌야 하지만 참혹할 수밖에 없는 청년-시절의 고뇌를 담담하게 풀어낸 그리고 그 외로움은 차가움에 익숙해진 인간이다, 그리고 고단하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는 자신의 생()을 치열하게 되돌리며 담담하게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무척 강렬했던 눈물과 바람이 쓰는 시가 그것이다.

필자는 눈물과 바람이 쓰는 시를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한다. 고백하자면, 이 작품을 읽을 때 심사를 잠시 멈췄다. “눈물은 너무도 무거워 참을 수 없으며, ‘눈물의 무게마음의 무게와 동일함을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흔을 간직해야 했을까. “눈물을 훔쳐내느라 애쓰고 나면 / 단단해진 마음은 한층 더 깊은 바다 속처럼 흔들림이 없다.”는 문장은 또 얼마나 뜨거운가. 뿐만 아니다. “, 저기 저 낙엽에도 호수에도 모든 이의 슬픔을 갖고 가는 / 바람이 보인다. / 바람이 들린다.”라는 문장에서는 시각 자체를 무효화하는 힘의 반전도 느껴졌다.

당선한 학생에게는 축하를, 아쉽게도 탈락한 학생에게는 격려와 용기의 말을 남긴다. 탈락의 경험도 한 편의 명징한 시임을 잊지 말기를 바라며.

 

박성현 시인  kk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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