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지 시사부장

여느 날과 같이 SNS를 떠돌고 있던 밤, 문득 노란 리본을 보았다. ‘아, 오늘이구나’ 매번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또 잊고 말았다. 이날이 되면 인터넷에는 노란 리본이 넘실거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와 같은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잊지 않고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국어사전에서는 ‘기억하다’를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좋은 기억은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고 저절로 간직하게 된다.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좋고 절로 웃음이 난다. 우리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기억하면 그렇다. 하지만 슬프고 아픈 기억은 그렇지 않다. 도로 생각해 낼 때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난다.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고 꺼내는 것조차 힘들다.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는 불편하고 아파서 꺼내기 싫은 슬픈 기억이다.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6주기를 맞은 날이었다. 6년 전 사고로 인해 299명이 사망했고, 5명의 승객은 아직도 실종된 상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에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두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희생자에게, 유가족에게 넘어서 국민에게 여전히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 기억이다.

기억의 첫걸음은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1947년 4월 3일에 발생한 제주 4.3 사건 이후, 폭도, 빨갱이로 몰렸던 제주도민들은 2000년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서야 사건을 바로잡고 제대로 기억될 수 있었다. 그리고 2003년이 돼서야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50여 년이 지나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진 것이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호의 공식적인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희생자와 유가족은 혐오 표현과 막말로 고통받고 있다.

그다음은 아픈 기억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다. 늦었던 초기 구조작업, 중앙 재난 컨트롤타워의 대응 실패, 거짓을 보도한 언론, 안전에 대한 지나친 안일함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이다. 세월호 참사는 개인의 안타까운 사고가 아닌 사회적 재난이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기에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고쳐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후 발생한 많은 안전사고는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의심을 품게 한다.

세월호 참사가, 제주 4.3 사건이, 우리의 아픈 역사가 올바른 방식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지겹다는 이유로, 정치적인 쓸모가 있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휘둘리며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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