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합의 이끌 수 있는 선출 제도 마련이 중요

민주화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온 총장 선출 방식

대학의 총장 선출 방식은 민주화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왔다. 80년대 중반까지 국립대학의 경우 대통령이, 사립대학의 경우 재단법인이 일방적인 총장임명권을 갖고 있었다. 1987년 민주화의 요구는 총장직선제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고 1991년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됨에 따라 총장직선제가 합법화됐다. 그 결과 국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에서 교수들의 직접선거로 총장을 선출하는 대학이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총장직선제로 인한 교수들의 파벌싸움과 선거 과열이 드러나고 대학가의 경영난이 이어지자 많은 대학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회귀했다. 2012년, 교육부는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국립대학의 총장직선제 폐지를 추진하도록 공표했다. 교육부는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있어 간선제로 전환한 대학에만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사실상 국립대학의 총장직선제 폐지를 유도했다. 당시 부산대를 제외한 모든 국립대학은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다.

이후 2017년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학가에서는 다시 총장직선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2017년 정유라 씨의 부정 입학 비리와 관련된 최경희 전 총장이 퇴진하자, 학생들이 총장직선제를 강력히 요구했다. 같은 해 6월 이화여대는 사립대학 최초로 학생이 포함된 학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시행해 김혜숙 제16대 총장을 선출했다.

현재 국내 대학의 총장 선출 제도는 △직선제 △간선제 △완전 임명제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립대학은 직선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사립대학은 △이화여대 △성신여대 △상지대, 세 대학만이 학생이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하고 있다. 학생투표 반영 비율은 각각 △8.5% △9% △22%로, 이화여대와 성신여대는 학생투표 반영 비율이 10% 미만이다.

 

대학가, 구성원 참여 기회 확대하는 추세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법인 이사회가 직접 총장을 임명하는 ‘완전임명제’나 후보자 추천을 위한 위원회를 두는 ‘간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간선제를 시행하는 대학에서 총장선출에 있어 학내 구성원의 참여 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연세대, 숙명여대, 국민대, 경희대 등의 대학에서 총장 선출 과정에 학생 참여 비율을 높이기 위한 학생 조직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연세대는 작년 제19대 총장선출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간선제를 유지하지만 그 방식에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 반영의 정도가 확대됐다. 총추위원 중 이사회의 선임권을 받아 선임되는 위원은 6인으로 전체 24인의 위원의 25%에 해당한다. 이는 초기 이사회 제시안보다 이사회 권한(총추위원의 약 68% 선임)이 축소된 수치다. 또한 총추위에서 4~5명의 후보자를 추린 이후 472명의 정책평가단의 평가가 이뤄지는데 제19대 총장선출 제도에서 처음으로 정책평가단에 학생(24명)과 직원(48명)이 추가됐다는 점도 큰 시사점이다.

숙명여대 역시 지난 총장 선출방식이 비민주적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숙명여대 제51대 총학생회는 작년 5월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학생참여 총장 선출제도에 대한 안건 의결을 진행했다. 이날 전체학생총회에는 의결 정족수(1,010명)의 3배에 가까운 2,990명의 학생이 참여해 ‘학생참여 총장직선제’ 관련 2개의 안건을 가결했다. 숙명여대 총학이 공동행동과 노숙농성을 진행한 결과, 지난 1월 총장선출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선출제도 마련’에 합의했다.

작년 숙명여자대학교 전체학생총회 선포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학생참여 총장직선제 쟁취하자'는 내용의 푯말을 들고 /출처·한겨레

하지만 일각에서는 직선제로 인해 학문의 장이 돼야 할 대학이 △교수간의 파벌싸움 △교수들의 권익을 위한 공약남발 △선거운동 과열 등으로 정치판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전북대는 2018년에 치러진 총장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교수 두 명이 다른 후보의 비리의혹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내사설을 바탕으로 선거기간에 여론전을 펼쳤고 이는 선거과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교육연구소의 김효은 연구관은 “교수간의 직선제가 시행될 때 선거과열이나 공약남발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은? 총장후보자선출위원회를 둔 간선제

우리 대학은 지난 20대 총장 선출에서 총장후보자선출위원회(이하 총선위)를 출범시켜 3인의 총장 후보자를 결정한 뒤,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간선제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장후보자선출위원회의 위원 구성 분포

총선위의 위원구성 방식은 법인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2016년, 제20대 총장 선출을 위해 구성된 총선위는 △교수대표 △교직원대표 △법인추천 사회지도층인사 △학생대표 △총동문회추천 동문까지 총 49명이었다. 우리 대학의 경우 학생대표와 사회지도층인사를 제외하고는 각 대표자의 소속집단에서 대표자를 추천·결정한다.

 하지만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지난 총장 선출 방식이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대표 자격으로 참여하는 위원은 네 명으로, 서울캠퍼스의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글로컬캠퍼스의 총학생회장 그리고 대학원 총학생회장이다. 제52대 총학생회 <스물에게>의 김동회 총학생회장은 “우리 대학에서 총장 선출에 투표권을 가진 학생이 네 명뿐이라는 점은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총장 선출에 있어 학생의 참여 비율과 학생투표의 반영 비율 역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총장 선출과정은 이사회의 권한이기에 구체적 방안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지난 2010년 김진규 18대 총장을 선출할 당시, 이전까지 40여 명으로 구성됐던 총추위가 단 9명의 총장후보자심사위원회(이하 총심위)로 변경됐다. 당시 총심위에는 학생대표가 포함돼 있지 않았고 학내 구성원의 총심위 참여 비율이 낮았다. 우리 대학 교수협의회 장원종 회장은 “간선제 자체가 이사회의 권한이 클뿐더러 총선위의 위원도 적은 수이기 때문에 구성원 전체를 위한 공약이 현실적이 않을 수도 있다”며, “상향식 직선제나 확대된 간선제를 대안으로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효은 연구관은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총추위제도에서 위원회 구성원은 이사회에서 결정된다”며 “총장 선출에 있어 법인 이사회의 독단적 결정을 막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총추위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가에 의의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에 진행된 제20대 총장후보자 소견발표회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 출처·건대신문

 

우리 대학은 앞으로의 4년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총장의 선출을 앞두고 있다. 총장은 학내 사안을 총괄하고 대외적으로 학교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는 중요한 자리다. 유자은 이사장이 지난 1월 열린 2020 신년하례회에서 “총장 선출 과정에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기회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의 총장 선출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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