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다행히 진정세로 돌아선 듯 하지만, 아직 모든 교육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계속 온라인강의가 연장되다가 급기야 학기 전체를 온라인강의로 결정한 상태이다.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겠다. 나는 처음 개강이 2주 연기되었을 때에는 마치 방학이 더 연장된 듯 슬그머니 미소를 짓기도 했다. 개강이 2주 연기되면 종강이 그만큼 늦어지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방학이 계속 연장된다고 좋아했으니, 그야말로 조삼모사(朝三暮四)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전면 온라인수업으로 진행되면서 제정신이 돌아왔다. 과연 온라인강의만으로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을까? 더욱이 대학 분위기도 맛보지 못한 2020 새내기들은 얼마나 안타까울까? 타국에 와있는 유학생들은 제대로 생활하고 있을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다들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들 마음 속에서는 새로운 깨달음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아마 그 중 가장 커다란 것은 ‘일상적 가치’의 재발견일 것이다. 정상수업이 진행되었다면 학생들은 대부분 더 자고 싶은 유혹을 억지로 떨치며 꽉찬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학교로 왔을 것이다. 시간이 아슬아슬하여 지각하지 않으려 지하철에서 강의실까지 종종 걸음으로 뛰다시피 했을 것이다. 재밉게 들으며 필기하기도 하고, 졸기도 하고,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하면서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학우들과의 시끄러운 점심, 때로는 학과 교수와의 면담, 또한 학과 스터디모임이나 동아리 활동, 신입생환영회, 개강모임, 학과학술답사, 체육대회, 축제, 종강모임 등등. 한 학기 동안 수업 외에 행사가 참 많기도 하다. 이러한 수업 외의 행사에 참여할까 말까? 누구나 한번쯤은 항상 고민하기도 했을 것이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대학 캠퍼스를 바라보면서, 이처럼 평범했던 대학의 일상이 그토록 소중했던 것이었나 생각하게 되는 것은 학생이나 교수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언젠가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진정될 것이다. 그동안 진행된 온라인강의의 경험으로 앞으로 수업의 방식도 많이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이 학교 강의실에서 직접 만나는 대면수업은 단지 수업 자체의 효율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대면수업은 우리 삶의 평범한 일상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평범한 일상은 단지 수업 차원만이 아니라 교수·학우와의 만남과 다양한 활동으로 연결되어, 그야말로 ‘대학생활’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없다면 교수들도 학원강사나 연구소 연구원과 다를 것이 없다. 대면수업이 재개되는 날, 교수와 학생들은 강의실로 향하면서 이처럼 평범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마음 속에 간직하며 만나지 않을까? 하루 빨리 대면수업이 이루어져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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