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면 면접 볼 시즌에 대기업 필기 일정이 잡히고 있어서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안됩니다. 면접 또한 불확실성이 커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첫 취준 중인데 자리는 줄고 지원자는 그대로 일 것 같아서 고통스럽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불황이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은 기업의 채용이 중단되면서 가시화 됐다. 상반기 채용이 진행되는 3월과 4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기업들은 계획됐던 공채 일정을 중단·연기했다. 계획됐던 공개 채용이 대거 중단되고 연기되면서 상반기 채용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잡코리아에서 지난 4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직원채용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국내 기업 560개사 대상)에 따르면 상반기 채용을 계획했던 기업 중 ‘모두 채용했다’고 답한 기업은 21.4%에 그쳤다. ‘최소 규모로 채용했다’고 답한 기업은 55.2%, ‘채용하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은 23.4%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계획된 채용계획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충원하지 못한 직원채용 규모에 대한 질문에 직원을 충원하지 못한 기업 중 34.4%는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하반기로 채용을 연기할 것’이라 답했다. 이어 △‘남은 상반기 내에 채용할 것(32.1%)’ △‘채용규모를 축소할 것(31.2%)’ △‘미정(2.3%)’ 순으로 답변이 이어졌다.

'잡코리아'에서 국내 기업 56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올해 상반기 직원채용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출처·잡코리아

지난 4월 말부터 코로나19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며, 중단됐던 기업의 채용이 금융권을 시작으로 점차 재개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 역시 잠시 중단됐던 공채 일정을 발표하며 취업준비생은 한시름 걱정을 놓게 됐다. 하지만 채용규모가 줄고 코로나19의 상황에 따라 변동 사항이 커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토익 자격증 등 필수적인 시험들이 연기된 바람에 스펙이 모자라 지원할 수 없습니다”

각종 자격증 시험들이 연기돼 구직활동에 필요한 소위 ‘스펙’을 쌓기에도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대표적인 취업 필수 자격증으로 여겨지는 토익시험(TOEIC)은 지난 2월 29일 마지막 시험이 진행된 이후 두 달간 네 차례의 시험이 연기됐다. 지난 4월 26일 제389회 토익 시험이 재개됐고 한국토익위원회에는 추가 시험을 마련했지만, 이후 시험 일정에 응시자가 몰려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공계열 학우들이 응시하는 국가 자격증 시험인 기사 자격증 시험 연기됐다. ‘2020년 기사 제1회 필기시험’은 지난 3월 22일에서 4월 25일로 연기된 이후 한 차례 더 추가 연기됐다. 기사시험과 산업기사 필기시험 모두 제1·2회 시험이 통합돼 기사는 6.6(토)~6.7(일)에 산업기사는 6.13(토)~6.14(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졸업생 김유진 씨(공대·전기13)는 공기업 지원시 가산점을 받기 위해 2020년 1차 전기기사 취득을 위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1회차 기사시험은 취소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고 시험일 2~3일전에 연기 공지가 계속 되면서 그전까지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며 연장된 기간을 더 준비한다는 건 수험생들 멘탈관리에 치명적이라 생각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기사시험 말고도 준비해야 할 게 많기 때문에 여러 플랜을 가지고 변화 되는 상황에 맞춰 다음 일정을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채 일정의 중단·연기와 △각종 자격증 시험의 연기는 청년 구직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여진다. <건대신문>에서 지난 5월 6일부터 15일간 우리 대학 학우 8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한파’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취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에 72.9%의 학우가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귀하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에 어려움을 느끼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복수응답)’라는 질문에 61.2%의 학우가 ‘구직활동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 시험이 연기돼서’라고 답했다. 이어 △‘상·하반기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 같아서(60%)’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왜, 청년일까?

코로나19 이전의 청년의 고용불황은 장기적인 저성장과 고령화로 인한 정년연장에 기인했다면, 이번 고용불황은 기존의 부정적 영향에 ‘코로나19’라는 큰 충격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청년의 고용불황이 지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4만5천명 감소한 365만3천명이었다. 고용률은 15~65세 인구에서 전년보다 1.4%p 감소했다. 연령대 별로 살펴보자면, 60세 이상의 연령층을 제외하고 20대에서 50대까지 모든 연령층의 고용률이 하락했다. 15~29세의 고용률이 2.0%p감소해 다른 연령층에 비해 그 하락폭이 높았고 그중 20대(20~29세)의 고용률은 2.6%p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29세의 청년층 취업자의 고용률 감소폭은 2009년 1월(-26만2천명)이후 가장 컸다.

2019년과 2020년 4월의 연령대별 고용률. 20대의 고용률 감소폭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제공·통계청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 한요셉 연구위원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 보고서를 발표하며 청년의 고용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청년들의 경우 이번 위기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단기적인 임금손실 외에도 경력상실로 인한 임금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황의 영향이 계속될 것이라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 한요셉 연구위원이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뉴스1

우리 대학 경제학과 최충 교수는 코로나19가 유독 청년 고용에 큰 영향을 주는 이유에 대해 “코로나19처럼 강력한 충격이 오면 연령대와 상관없이 그 충격을 고루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전혀 그렇지 않다”며 “기업 입장에서 고용을 안하는 건 쉽지만 고용돼 있던 사람을 해고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취업준비생에게 정책적 지원과 응원을

정부는 위축된 고용시장을 살리기 위해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채용장려금 △공공일자리 확대 등의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최 교수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청년 대상 정책에서 단기적으로 수혜금액과 대상을 확대하고 수혜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입사 이후 임금 인상 효과와 경력 축적의 효과를 고려하면, 지금 졸업하는 시점에 해당하는 구직자가 취업시기를 1년 놓치면 그 손실은 평생 영향을 끼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황이 단기적일 확률이 높고 특정 시기에 특정 세대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기존의 청년 대상 정책에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 취업지원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취업준비생 학우를 다방면으로 돕고 있다. 취업지원센터는 최근 대기업의 부분적 공채와 공기업의 갑작스러운 채용에 대비해 대학일자리사업 전문취업지원관 선생님의 비대면상담에 집중하고, 강소기업 위주로 소규모 추천 채용정보를 확보해 학생들에게 실시간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영달 취업지원센터장은 “코로나19 관련 기업들의 인재 채용방법에 있어 비대면 채용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 기존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라며 “기업체 채용이 불확실해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공무원 및 공기업 채용시장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갑작스러운 채용일정 공지 및 채용방법의 잦은 변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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