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이라크 저항세력에게 한국인들이 억류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가 세명에 이어, 목사 등 일곱명이 억류되었다 풀려났다. 또한 한 저항단체는 한국인을 포함해서 30명의 외국인들을 억류하고 있으며 요구사항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살해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미 자위대를 파병한 일본정부는 일본인 억류사건으로 사민당과 시민단체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현재 이라크는 아비규한의 전쟁 상황인 것이다. 지난 4일 이후 닷새 동안 이라크 전역에서 4백60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하고 미군도 40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라크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구호물자와 무기를 들고 ‘지하드(聖戰)’를 외치며 격전지인 팔루자로 모여들고 있다. 저항군과 민간인의 경계는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이라크를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겠다는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외침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가 총선 막바지의 변수가 되고 있다. 그러나 1,2당이 될 것이 유력한 당들은 이라크 쟁점을 회피하기 바쁘다. 선거를 보·혁 대결로 규정한 당은 그저 파병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연 파병에 관하여 중립이 존재하는가. 파병문제는 이 사회의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바로미터가 아닌가. 또한 어떤 당은 파병은 ‘국회가 결정한 일’이며 미국과의 약속이므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파병찬성 국회위원의 대부분이 누구였는가. 미국과의 약속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국민과의 약속인 선거공약은 얼마나 지키려고 애를 썼는가. 이미 스페인군 철군 방침 발표에 이어 60명을 파병한 뉴질랜드가 9월까지 철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카자흐스탄도 자국군 27명을 내달 말 이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쟁에 관여했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이라크쟁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데, 가장 정치적으로 명확해야 할 시기인 선거기간에 정당들의 애매한 입장은 분명한 직무유기이다.

이미 전쟁과 파병에 대하여 명확한 반대를 표명한 당이 존재한다. 이라크 파병이 한국인의 안전과 관계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총선에 유권자들의 파병에 관한 의견이 표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11일 스페인 총선기간의 마드리드 열차테러가 파병에 대한 보복성격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파병에 반대했던 사회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하였다. 스페인 국민당 정부의 전쟁참여로 평범한 사람들이 피의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알게 된 결과였다. 우리도 스페인의 경험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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