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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들
지윤하 편집국장 | 승인 2020.05.22 15:42
지윤하 편집국장

“카드 없고 기계 못 만지면 햄버거 먹고 싶어도 못 먹겠구먼. 내가 그래서 집에서 밥 먹는다고 했잖아!”

영상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에서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했던 말이다. ‘불고기 버거’가 먹고 싶은 할머니를 위해 키오스크(무인 주문기)가 있는 가게로 데려가는 손녀에게 주저하며 화를 내는 모습이다. “너는 거기 가서 먹고 나는 (주문을 받는) 사람 있는 데 가서 먹으면 안 되냐. (기계 조작이) 그게 내 맘대로 안 된다고.”

사회가 빠르게 변화해 무인화, 자동화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가 심해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편리하기만 한 다양한 기계들 앞에서 노인들은 주저하고 두려워한다. 스마트폰 다루는 것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세세한 주문과 선택을 요구하는 커다란 기계는 그 앞에 선 사람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곤 한다.

요즘에는 카페나 음식점부터 마트, 영화관, 병원까지도 종업원 수를 줄이고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매장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키오스크는 점점 대중화돼 어느새 사람보다 기계가 주문받는 것이 익숙하기도 한 세상이 됐다. 이렇게 빠르게 바뀌는 세상은 노인에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지는 못한다. 디지털 시대가 익숙치 못한 노인들은 결국 소외되는 상황이 와버렸다.

박막례 할머니는 불고기 버거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화면에 펼쳐진 수많은 메뉴 중에서 찾지 못한 채 시간이 초과돼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해야 했다. 글씨가 작아서 읽기가 힘들었고, ‘터치’, ‘후렌치후라이’, ‘테이크아웃’ 등의 외래어는 주문을 더 어렵게 했다. 버튼의 위치도 너무 높아 까치발을 들고 겨우 눌렀다. 우여곡절 끝에 결제에 성공했지만 모니터에 대기번호가 뜨면 음식을 가지러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보취약계층인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64.3%에 불과했다. 이는 매년 조금씩 향상되고 있는 수치이나 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장노년층 등 4대 정보취약계층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언택트 소비문화가 발달하면서 세대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리가 살아오던 과거의 생활 플랫폼이 앞으로 급속히 바뀔 것이지만, 우리는 한걸음 늦게 따라오는 이들의 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기차나 비행기를 예약할 때, 공연이나 영화표를 예매할 때에도 기계를 마주하는 일이 익숙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들에 의해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더라도 소외되는 사람 없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발전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윤하 편집국장  yoonha9288@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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