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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과 양심의 자유영화 ‘선택’ 시사회를 다녀와서
건대신문사 | 승인 2003.05.13 00:00

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사상 때문에 탄압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에서 싸울 것이다.       - 볼테르 -

지난 해 5.18 광주 금난로 행사에 참가했을 때 거리 한켠에 지어놓은 0.75평 짜리 감옥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너무나 좁은 공간에 숨이 막혀,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곳에 사람을 가두는 국가를 욕하며 금새 나와 버렸다. 이런 경험이 있는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무엇이 그를 45년간 감옥에거 버티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떨쳐낼 수 없었다.

지난 7일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이후 10년만에 홍기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다룬 영화 ‘선택’의 시사회가 있었다. 해방되던 해, 25살의 순박한 남한 청년이 있다. 김선명. 그는 인민군이 되었고 결국 생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은 후 무기로 감형된다. 그리고 교도관의 끊임없는 회유와 폭력에 많은 동료 사상범들이 전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다가 세계에서 제일 오랜 기간 감옥에 갇혀있었다는 비전향 장기수 타이틀을 달고 95년 특별 사면된다.

죽음과 같은 고통을 이겨내고 차가운 철장을 벗어나 맨 땅을 밟았을 때 그의 나이 72세. 남들이 ‘아깝다 아깝다’하는 청장년 시절을 감옥 안에서 부질없이 흘려보내야 했고 “선명아. 에미 말을 안 들어서 그렇게 됐잖냐”는 94세 어머니의 눈물겨운 꾸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지독한 신념의 소유자. 그를 보면서 신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깟 전향서 한 장이면 나와서 선생들이 바라는 조국통일을 위해 더 큰일을 할 수도 있는데 왜 쓰지 않냐는 설득 그리고 그건 그저 형식에 지나지 않는 종이쪼가리라는 회유에, 그런 아무렇지도 않은 종이 쪼가리를 국가는 왜 강요하는 것이냐고. 되묻는 그의 말을 듣고 말을 잇지 못했던 교도관처럼 나 또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 신념이야말로 그에겐 양심이자 진실이고 그것은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삶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 국가권력의 폭력이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과연 신념 하나만으로 운명을 선택할 수 있을까?

라일락 향기가 그윽하고 새로운 설레임이 움트는 5월은 아름답다. 하지만 5월의 이야기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피로 물들 수밖에 없었던 광주. 91년 고 강경대 학생과 그에 이어 5월의 봄거리에서 사라진 젊은이들. 그리고 “우리의 주장과 계획이 옳다면 내외적 조건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는 그 길을 두려움 없이 가야한다”던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스스럼없이 양심의 길을 택한 김선명씨의 일대기.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비싼 희생의 대가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뢰받지 못하는 법 앞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지를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감옥 밖에 자유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감옥 안에 있었습니다. 바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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