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영(사과대·융인20)

오늘은 인종차별과 혐오를 다루고 있는 영화 <더 헬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하지만 영화 <더 헬프> 속 흑인 여성 가정부들에게 ‘가정부의 삶’은 당연했다. 그들에게 가정부가 아닌 삶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이 직접 선택하는 인생을 살지 못하는, 살 수 ‘없는’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같은 길을 권했다. 그렇게 혐오와 차별은 대물림됐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이러한 차별의 무한고리를 끊어내고자 노력하지만, 흑인들이 겪은 차별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불법인 시대이기에 자꾸 좌절하고 만다. 일상 속 깊이 뿌리 내린 차별보다 차별에 저항할 때 겪게 될 일이 더 두려울 수밖에 없는 그들에겐 차별과 혐오를 글로 옮겨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한 사람이 용기를 내 이야기를 털어놓자 몇 사람이 더 모여 연대하고, 연대된 용기는 더 큰 힘을 발휘해 다른 연대를 낳는다. 이렇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용기를 내기 시작한 그들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내고 용기 있게 고발해 차별을 세상에 알린다.

 

영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연대가 가지는 힘을 보여준다. 이처럼 세상의 변화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겠다는 결단과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용기, 그리고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이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연대의 믿음에서 비롯된다. 불편함을 입 밖으로 낼 때, 우리는 연대할 기회가 생긴다.

 

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인권에 대한 논쟁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학생, 노동자, 성 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가 수면 위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여러 사람의 ‘불편한 용기’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인권 단체나 기관에서 목소리를 냈고, 탄력을 받아 사회 뒷면에 가려져 있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올 수 있게 됐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한 아이에게 ‘넌 친절하고, 똑똑하고, 소중한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단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에게 결핍이 생길까 하는 말이 아니다. 아이에게 전하는 메시지임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서 차별받고 있는 모두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다.

 

우리는 주인공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깊게 뿌리 내린 혐오와 차별을 뽑아내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 안일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대하고 연대해야 한다. 모든 잘못된 뿌리들이 없어질 때까지 뽑고 또 뽑아내야만 한다. 이 세상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당연하지 않던 것들을 당연하게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선 끝이 안 보이는 혐오와 차별의 끝이 보일 때까지 불편한 용기 또한 계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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