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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고무줄 잣대, 국가보안법
양윤성 기자 | 승인 2004.04.12 00:00

지난 2월 12일, 2002년도 우리대학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김도윤(철학·03졸)군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유는 부총학생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대의원을 지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 그리고 얼마 전 저명한 재독 학자인 송두율 교수가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것도 역시 같은 죄목이다. 이들을 속박한 국가보안법(아래 국보법)은 어떤 법일까?

국보법은 해방 직후 여순 반란 사건을 겪은 이승만 정부가 좌익세력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제정했다. 이후 국보법은 군부독재정권 하에서 수구 기득권들의 정권유지에 악용되어 왔다. 우리대학 법대 학장 한상희(헌법학) 교수는 “국보법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정부가 사회 불만 세력들의 정치적 활동을 막기 위해, 그들을 빨갱이로 규정하면서 자유로운 의사 표출을 억압하는데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국보법이 정권의 의지대로 악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법이 규정하는 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보법 제7조는 ‘사회 질서의 혼돈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을 ‘죄’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혼돈을 조성할 우려’가 어디까지 해당되는지 모호해, 상황에 따라 법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국보법으로 구속된 90% 이상의 사람들이 7조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국보법의 모호한 조항 때문에 구속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법은 적용 대상에 있어서도 균등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작년 여름 국보법에 의해 구속되었던 김종곤(법대·법4)군은 “구속 당시 가지고 있던 ‘신좌파의 상상력’이란 책이 이적 표현물로 규정돼 죄 항목으로 더해졌는데 그 책의 저자인 카치아피카스가 ‘나부터 구속하라’는 글을 국내 일간지에 기고하자 법원에서 그 책을 불온 서적 명단에서 삭제했다”며 국보법의 ‘불온 서적물’ 조항이 대상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하지만 국보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가 국민의 사상이나 양심의 자유를 법으로 측정해 통제하려고 한다는 것에 있다. 한상희 학장은 “국가가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도 위배된다”며 “민주사회에서 국민은 얼마든지 비판·반대의 의견을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보법이라는 잣대에 의해 선별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국가권력 행사의 가장 나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국보법은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욕구와 사상의 자유를 수용하기보다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며 국민을 법의 ‘주인’이 아닌 ‘피해자’로 만들었다. “국가의 법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었다”는 김종곤군의 말처럼 더 이상 법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의 기본 인권을 침해하는 국보법. 성숙된 시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나라 법 수준의 현 지표이다.

양윤성 기자  yoon838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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