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시사 일반
[기획]지금 당장 일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면?기본소득 도입 쟁점 파헤치기
김성윤 수습기자 | 승인 2020.09.04 14:43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국내외로 꾸준한 연구가 이뤄지던 도중 재난지원금을 통해 아무런 조건 없이 모두에게 돈이 지급됐고, 소비 진작 효과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후 기본소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자는 찬성 논리와 반대 논리가 대립했다.

기본소득이란 ‘아무 조건 없이 모든 사람 각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다. 재원 마련은 기존의 복지를 기본소득으로 전환하는 방법과 증세를 통한 방법이 있다. 두 방식 모두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 방식보다 효율적이거나 옳은 방향일지 판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2016년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투표를 앞두고 걸렸던 대형 현수막이다. “소득 걱정을 덜게 되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출처·로이터

기본소득의 정당성, ‘자유’와 ‘공유부’

기본소득의 정당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타나는 두 가지 키워드는 ‘자유’와 ‘공유부’다. 기존 선별적 복지의 경우 지원금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자발적 실업 상태에 머무르기도 하고, 현재 폐지 수순인 ‘부양의무자 제도’와 같은 법이 가난을 증명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경우 가난을 증명할 필요도 없고, 노동을 더 하더라도 보장된 기본소득은 변함이 없다. 기초적인 생활을 할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기에 돈에 제약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교육, 노동, 생활을 이뤄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본소득 찬성자가 말하는 자유며 정의다.

공유부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 사회에 형성된 부가 모두의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김찬휘 부소장은 건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통부(공유부)란 특정 개인의 성과로 귀착시킬 수 없는 자연적, 역사적, 집단적으로 형성된 물질적 ‘부’를 말한다”며 “기본소득은 이 부의 일부를 모두에게 현금배당의 형태로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최은빈 기자

부의 불평등 해소하는 복지제도

김 부소장은 기본소득의 필요성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극심한 소득불평등의 교정”이라며 두 가지 자료를 제시했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의 2016년 ‘아시아 불평등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 기준 상위 10%의 소득이 45%에 달해 아시아 소득불평등 1위다. 또한 2016년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상위 0.1%의 근로소득은 평균 6억 6천만 원인 반면 이자·배당소득은 8억 2천만 원에 달했다. 상위 계층에게 집중된 자본이 이자나 배당과 같은 자본소득을 통해 더 큰 양극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 부소장은 “21세기 저성장 사회에서는 완전고용이 붕괴되고 고용관계는 해체돼 위험이 상존하는 사회가 됐다”며 기본소득이 이를 교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를 재분배할 때 저소득층에게 집중 지원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나도 세금을 냈으니 받아야 한다며 기본소득을 챙겨 놓으면, 정작 위험에 빠진 우리 이웃과 어쩌면 미래의 나와 내 자식은 어찌해야 하나?”라고 강조했다. 차라리 마련한 예산으로 최대한 많은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더욱 많은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을까?

기본소득 찬성 측은 기본소득이 경제정책이며 소비를 진작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지급된 돈이 돌면 돌수록 경제는 성장하게 된다. 통계청의 ‘2020년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소비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4.6%,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그러나 반대 측은 오히려 기본소득이 소비 진작 효과가 낮은 비효율적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소득 증가 대비 소비 증가분을 뜻하는 한계 소비 성향은 저소득층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경제학과 권남훈 교수는 “만약 소비 진작이 정말 중요했다면 저소득층에게 집중적으로 나눠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에 대해서도 “재난지원금 덕인지 경제활동이 재개됐기 때문인지는 알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핀란드는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다. 25~58살의 장기 실업자 2천 명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매월 560 유로(약 76만 원)가 지급됐다. 비교를 위해 기본소득을 받지 않고 기존의 실업수당을 받는 실업자 173,000명이 구성됐다. 실험은 실업수당의 경우 근로를 하면 실업수당이 줄지만 기본소득의 경우 소득을 그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근로 유발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진행됐다.

평가 결과, 경제적 안정과 정신적 부분에서 기본소득 수령인이 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기본소득을 받는 집단이 실업수당 집단에 비해 1년간 약 5일 더 많이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측은 차이가 크지 않다며 기본소득이 지급돼도 근로의욕이 고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부소장은 “기본소득은 노동중독 사회로부터 탈피하여 시간주권이 커진 사회를 목표로 한다”며 “기본소득이 근로의욕을 자극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핀란드 정부가 노동 의욕 고취를 주목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것 자체를 비판했다.

핀란드 사회보장국 KELA에서 발표한 핀란드의 기본소득실험 결과(2017~2018)/ 출처·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기본소득은 돈에 종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과 재분배 정책을 위해 나타난 완전히 새로운 분배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와 4차 산업혁명, 우리는 새로운 길로 들어서고 있다. 기본소득을 통해 새로운 복지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이에 김 부소장은 “기본소득은 새로운 형태의 21세기형 복지제도”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권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 논리의 설득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현실화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윤 수습기자  kilin941@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성윤 수습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건국대학교 건대신문사
0502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120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5층 건대신문사
대표전화 : 02-450-3913  |  팩스 : 02-457-3963  |  창간년월일: 1955년 7월 16일  |  센터장 : 김동규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동규
Copyright © 2020 건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