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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집회·결사의 자유 막는 집시법우리사회의 정치적 표현, 얼마나 자유로운가
양윤성 기자 | 승인 2004.04.12 00:00

“오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탄핵 소식을 듣고 국민의 의사가 너무 무시당하는 것 같아 국민의 의견을 보여주기 위해 처음 거리로 나왔어요.” 지난 달 12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여의도 촛불 집회에서 만난 김경실(32)씨의 말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유로운 집회 참여 열망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에 가려졌다. 경찰 측에서 ‘사회질서 유지’라는 행정 편의주의를 앞세워 모든 집회를 금지한 것이다.

우리 나라 헌법 제21조 1항을 살펴보면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민주사회의 구성원이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그것을 집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는 내용이다.

즉, 집회·결사의 자유는 국민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초적인 권리이며 어떠한 경우라도 침해받을 수 없다는 것. 그런데 이런 기본권들이 집시법에 의해서 제한되고 있다.

헌법은 어떤 법보다 항상 우위에 있는 최상의 가치를 지닌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회를 제한하는 경우는 명백하고 중대한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에서 보았듯, 대부분의 집회는 위험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시법에 의해 금지됐다. 헌법에서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가 사회의 ‘질서 유지’라는 미명 아래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집시법에서 집회는 적극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가 아니라 규제 대상인 ‘예외적 상황’으로 규정하는 것이 현 실정이다. 이에 대해 차원주(정치대·부동산4)양은 “집시법의 규제가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말할 권리를 과도하게 제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집시법의 실태를 지적했다.

“평화, 질서 속에 치뤄지는 집회는 민주화된 대한민국 의 한 단계 성숙된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하는 박산(공대·미생물공2)군.

집회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며, 공통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을 알리는 집단의사표현기능을 수행한다. 정치적으로 보면 대의 민주주의 체계 속에서 누락될 수 있는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편인 것. 그렇기 때문에 집회는 사회의 변화, 발전 속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다. 촛불 시위에 참여해 봤다는 강미연(상경대·상경학부1)양은 “공개된 장소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집회뿐인데, 이를 막는다면 의사표현의 자유도 막힌다”며 집시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어쩌면 집시법이 ‘집회 금지법’으로 변질된 가장 큰 책임은 집회의 자유를 사회질서의 하위개념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집회는 “국가에게 국민들의 여론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하면서도 “집시법 자체가 잘못되었긴 하지만 경찰들의 집행 과정을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라는 류수진(법대·법2)양의 말 속에서도 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질서유지라는 이유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제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질서는 국민의 의사표현을 제한하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현, 그리고 성숙된 집회들. 집시법은 몇 번의 개정을 거쳤지만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양윤성 기자  yoon838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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