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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1세기, 책과 멀어진 ‘실질적 문맹’ 사회디지털 미디어의 발달과 쇠퇴한 독서문화... 국어교육 개선이 답일까?
이다은 수습기자 | 승인 2020.09.04 15:40
일러스트 오승혜 기자

“사흘이 3일이라고요?”

지난달 21일, ‘사흘’이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당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관공서의 임시 공휴일 지정안’이 의결되며 금년 토요일인 광복절(8.15)에 이어 월요일인 17일까지 3일간의 휴일이 지정됐다. 이를 기사로 전하는 과정에서 ‘사흘간의 휴일’이라는 표현이 사용됐고, 문제는 네티즌들이 ‘사흘’을 4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사흘의 뜻을 두고 “왜 3일 연휴인데 ‘사흘’이라고 하느냐”는 반응이 이어졌으며 “왜 한자어로 헷갈리게 표기하느냐”는 불만도 등장했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의 ‘실질적 문맹’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실질적 문맹’이란 ‘읽고 쓸 줄은 알지만, 어휘력, 논리력, 사고력의 부족으로 글을 해석 및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킨다.

기사 중 ‘사흘’ 어휘 사용에 대한 네이버 댓글 / 출처 한스경제

대한민국의 실질적 문맹, 정말 심각할까?

그런데 이번 ‘사흘’ 논쟁 이전에도 실질적 문맹에 대한 지적은 종종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지난 1월엔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의 진단 결과인 ‘양성’, ‘음성’의 뜻이 실시간 검색어 2위에 올랐으며 같은 달 27일에 방영된 EBS 다큐 스페셜인 ‘다시, 학교 10부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선 중고등학생들이 ‘얼굴이 피다’라는 문장을 듣고 피 칠갑한 얼굴을 그리거나 ‘기차의 기적 소리’에서 ‘기적’을 ‘miracle’과 동어 의미로 이해한 내용이 방영됐다.

대한민국의 실질적 문맹에 대한 통계 자료는 위와 같은 현실을 더욱 명백히 보여준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한민국 성인 중 22.4%, 960만 명이 실질 문맹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듬해엔 일상생활에 필요한 읽기능력 등을 갖추지 못한 비문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의 학습자가 2015년, 2만 2,999명에서 2018년, 2만 7,211명으로 4년 사이 18.3% 증가했다.

실질적 문맹에 대한 통계는 교육 환경에서 멀어진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OECD국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읽기 하위성취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년에 5.7%에 있던 2수준 미만 학생들의 비율이 2018년에 15%를 넘겼다. 2019년에 방영된 SBS 스페셜 ‘난독’편에선 10대 청소년의 1/3이 말의 요점을 파악하지 못함이 지적되기도 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영역 하위성취 그래프 / 출처 EBS

우리 대학 실질적 문맹 실태 조사 : 무엇이 실질적 문맹을 만드나

<건대신문>에서도 지난 6일부터 20일간 온라인을 통해 우리 대학 학우 354명을 대상으로 ‘실질적 문맹에 대한 인식 및 실태조사’(이하 우리 대학 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6개월간의 독서 이력을 비롯해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경험, 현대인의 독서와 현재 국어교육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강의 수강을 위해 읽은 책을 포함, 독서량을 묻는 질문에 74%(262명)의 학우가 ‘6권 이하를 읽었다’고 응답했으며 특정 분야를 상세히 다룬 기사를 읽은 횟수에 대한 문항엔 51.4%(182명)의 학우가 ‘5개 이하를 읽었다’고 답했다. 문장 또는 문맥을 이해하지 못한 경험을 묻는 질문엔 48.8%(173명), 글이 길어지면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었던 경험에 대한 물음엔 35%(124명)의 학우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문장 이해와 글의 맥락 파악을 위해 어휘력, 논리력 등을 증진하려고 노력한 경험이 있는 학우는 전체 중 170명(48%)에 그쳤다. 과반이 넘는 학우는 따로 노력한 경험이 없다고 밝혔으며 그 이유론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관련 능력 증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이 184명 중 101명(55%)에게서 나타났다.

건국대학교 학생 대상 ‘실질적 문맹’ 인식 및 실태조사 결과 (2020.08.06.~2020.08.25.)

미디어의 발달과 독서문화의 변화

조사 결과에서 드러나듯, 최근 실질적 문맹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부상한 것이 미디어의 발달이다. 우리 대학 오재혁 교수(문과대·국문)는 “미디어의 발달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대체했고 빠른 정보전달을 통해 편리한 정보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인이 기존의 독서문화에서 멀어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라도 소재의 중학교 국어교사인 정승희 교사 또한 “실질적 문맹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대안은 독서인데 현대 사회는 독서의 장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며 미디어의 홍수와 독서 문화의 관련성을 지적했다.

우리 대학 조사 중 ‘현대인이 독서를 소홀히 하는 이유, 긴 글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한 학우들의 답변에서도 이와 같은 비판이 제기됐다. ‘유튜브, SNS 등 미디어의 발달로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이 이뤄져 책에 대한 흥미 감소’와 ‘세줄 요약, 10분 요약 등 스낵 컬쳐와 결합한 정보 제공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이 각각 75.7%, 61.3%의 응답률(중복 답변 가능)을 보였다.

그렇다면 미디어의 발달과 문해력의 증진은 양립할 수 없는 영역일까? 이에 오 교수는 “현대인이 텍스트를 접할 기회가 떨어지기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단편적인 것”이라며 미디어와 읽기 능력의 다양한 연결점을 말했다. 또 정 교사는 “미디어의 발달과 언어 및 독서 수용 방식의 변화는 당연하다”며 의사 표현이나 논리적 의사소통에 중점을 둔 핵심역량 교육의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질적 문맹과 국어교육에 대한 갑론을박

앞선 지적처럼 실질적 문맹에 대한 세간의 주목은 현재 국어교육을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이끌기도 했다. 현재의 국어교육이 입시 중심으로 개편돼 있어, 고도의 미디어 발달이 이뤄진 현대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 대학 조사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다. 김민지(문과대·국문19) 학우는 “입시에 매몰된 수동적인 교육이 아닌 스스로 행하는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며 글 문맥 파악보단 예상 문제에만 집중하는 현 교육 실태를 지적했다.

반대로, 현재의 국어교육은 충분히 기본 어휘력, 논리력, 사고력 등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A 학우는 “공교육 및 입시 교육에서 익히는 독서 문제를 통해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 문장의 구조와 의미 파악 방법을 충분히 익힐 수 있다”며 현재 국어교육이 실질적 문맹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다양한 읽기 능력에 대한 교육은 이미 국어교육 내에서 진행 중이나 현 입시제도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할 뿐이다”라며 입시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또한 정 교사는 “2015개정 교육과정은 의사소통 능력과 온작품 읽기를 중점으로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현장 교사들이 교육의 방향성을 분석하고 학생들이 생활과 밀접한 텍스트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은 수습기자  tiamo4203@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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