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인간이 경험한 역사상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 바이러스이다. 발달한 교통수단은 바이러스전파를 확산시켰고,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는 정보와 정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공포감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른바 ‘초연결 사회의 취약성이 바이러스 전염을 통해 고스란히 경험되고 있는 것이다.

 

거의 모든 영역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은 받은 가운데, 그동안 여러 위기 속에서도 안전지대로 인식되던 대학교육도 전례없는 영향을 받고 있다. 캠퍼스가 물리적으로 폐쇄되어 대부분의 대학에서 온라인 기반의 원격 수업만이 진행되는 등 대학은 과거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다. 캠퍼스라는 공간과 교수와 학생의 상호작용으로 상징되던 대학의 전형성이 사라지면서, 원격화된 수업만이 기능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인터넷 강의만 재생되는 듯 한 생소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대학의 고민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가 과학에 미친 영향을 다룬 수천 건의 논문이 국제적으로 발표되는 등 바이러스 사태가 학문과 교육영역에 던진 여파는 엄청나다. 그나마 이런 논의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팬데믹현상이 대학의 디지털 기술수용을 촉진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디지털 원격수업은 한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가운데 반복적으로 교육정보를 재생할 수 있고, 국경에 제한 없이 교육할 수 있기에 대학의 근본적인 존재성에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MOOC와 같은 온라인공개수업을 예로 들면서 대학의 필요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원격 및 가상교육시스템은 대학을 재정적으로 구하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대학을 하나의 평생교육기관으로 전락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원격수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수업내용에 큰 불만이 없다는 여러 대학의 통계는 대학에 거는 학생들의 모순된 기대치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동안 대학이 온라인 강의 이상의 효능감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지 못해 왔다는 보여주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지난 9월 보도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으로 수익을 충당해 오던 대학이 새로운 경영전략을 짜야하는 상황을 소개하면서, 국제간 학생 교류가 대폭적으로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리드대학의 부총장인 시몬뷰텐디크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현재의 45분짜리 긴 강의(영국의 경우)가 구식이라고 평가하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강의포맷과 자습서 등이 새롭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낡은 교육방식을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는 대학이 우리사회에서 왜 필요하며, 온라인 공간에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대학이 어떤 차별적인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해 큰 화두를 던졌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통로가 아니라 학생과 교수간의 대화적 모델을 통해 지식을 생성하는 공간이다. 또한 지역사회에 교양지식을 제공하는 공급처이며, 학문연구를 통해 과학발달에 기여하는 지식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런 본원적인 기능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의 교육, 연구, 그리고 공동체 형성에 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대학의 존재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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