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는 건국사랑 장학, 건국희망 장학 등 다양한 장학 제도가 있다. 대부분의 장학 제도는 소득분위를 고려한 것인데, 이러한 제도 외에 소득분위와 상관없이 성실성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장학금 중 하나가 바로 성적장학금이다.

우리 대학의 성적 장학은 성조, 신조, 의조 장학의 형태로 각각 학비의 100%, 70%, 40%가 지원된다. 이는 단과대별로 등수에 따라 선발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학우들이 졸업 전 한 번쯤은 꼭 받아보고 싶어하는 로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성적 장학의 공정성이 매우 불투명해졌다. 성적 장학은 성적 평가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난 1학기는 교강사 재량에 따라 절대평가를 시행하게 되면서 성적장학금을 일시적으로 폐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의 형태로 1학기 등록자 모두에게 장학금이 지급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2학기는 개강 이후 공식적인 변경 지침이 11월 초까지도 없었다. 2학기 수업 15주 중 12주차로 기말고사까지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별다른 공지 없이 “논의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아 학생과 교수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한편 총학생회는 지난 10일 교학소통위원회(이하 교소위)의 결과와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총학생회장은 “수차례 열린 교소위에서 비대면 시험 진행 시 절대평가 도입을 대학 본부에 요구했지만, 성적 평가 방식에 있어서 대학 본부와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입장문에 따르면 대학 본부는 절대평가 도입 시 효용성과 실익이 떨어지고, 성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성적장학금, 다·부전공 등의 학사 행정 문제들이 발생하며 학업 의지가 하락하는 문제 등의 이유로 절대평가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바꿔서 생각해보면, 현재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 수업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상대평가를 통해 합리적으로 장학 대상을 선별했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비대면 수업과 비대면 시험을 통해 시행되는 성적 평가가 과연 장학 대상을 선별할 만큼 공정한가에 있다. 비대면 시험을 악용해서, 시험 도중에 응시자끼리 정답을 공유하거나 대리시험을 치는 등의 부정행위를 통해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을 거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온라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존만큼 공정하고 합리적인 성적 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교수에게도 큰 부담일 것이다.

올해 실험·실습·실기 과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돼 이미 우리는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수업 방식이 바뀐 상황에서, 장학 제도를 이전 방식대로 고수하기엔 직면하는 문제들이 많다. 1학기 때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의 형태로 전체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됐던 만큼, 대학 본부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신중하게 장학 제도를 운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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