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국가나 기업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생활에 침투한 이상기후

지난달 버거킹, 롯데리아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는 토마토 수급 문제로 토마토 없이 메뉴를 제공했다. 수급에 문제가 생긴 이유는 올여름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태풍에 있다. 올해 장마 기간은 중부지방 기준 54일로 1973년 기상관측이 전국으로 확대된 이후 최장기간이었다. 줄어든 일조량으로 토마토 생산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한국뿐만이 아닌 중국, 인도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장마와 홍수로 물난리를 겪었다. 반면 호주, 미국 등은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호주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산불이 지속됐는데, 대한민국의 국토(110,210㎢)보다 큰 면적이 불로 탔다.

우리 대학 사회환경공학부 우정헌 교수는 “이상기후로 죽는 고사목이 많아져 산불에 취약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장마와 태풍에 대해 “해수면 온도의 상승으로 태풍 강도가 커지고 발달범위가 넓어졌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양의 비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 막지 않으면, 나중엔 막지 못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산업혁명 대비 기온이 1.5도 상승했을 때와 2도 상승했을 때의 차이를 비교·분석한다. 현재 산업혁명 이후 온도는 1.1도가량 상승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할 경우 산호초의 99%가 멸종하거나, 연안 홍수 가능성이 크게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지구가 기존의 상태를 자연적으로 복구할 능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2도라는 임계점을 지나면 지구 시스템의 변화흡수가 어려워지며, 급격하고 파괴적인 기후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사회는 지구온도를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2도가 아닌 1.5도 상승으로 제한하는 데에 노력하도록 합의했으며, 이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기도 하다. 또한 보고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수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여야 하며 2050년까지 ‘0’으로 만드는 것을 권고했다.

국제사회 비판 끝에 선언한 탄소중립

한국 정부는 기후 변화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국내외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에만 한국전력을 통해 베트남 붕앙 2호기에 2300억 원,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에 620억 원 투자를 추진했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단일원인으로 꼽히는 석탄에 투자를 지속한다는 점에서 ‘기후악당’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결국 한국전력은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축소·중단하겠다고 밝혔으며,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에 이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구체적 실현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각 산업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수소 연료와 같은 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생산수단을 적극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는 생활 속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산림사업 등을 통해 탄소흡수 정책 또한 시행될 것이다. 환경단체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28일 성명서를 통해 “문 대통령이 제시한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은 옳으나, 보다 확실한 석탄발전 중단 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대선에서 당선을 확정지은 조 바이든 당선인 측이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고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정책들을 내놓을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던 탄소중립 정책이 더욱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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