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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이기 전에 우리 국민입니다"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노동 실태를 들여다보다
박소리 기자 | 승인 2020.12.01 21:16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법안 핵심 내용

최근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제20대 국회에서 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모태로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형사 책임을 묻고자 하는 다양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이후 산업재해를 줄이고자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하 산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제정됐다. 그러나 지난 9월 동일 사업장에서 또다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며 국회와 시민단체 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발의된 법안으로는 △6월 11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1월 1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 법안’ △11월 16일 민주당 장철민 의원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하 산안법 개정안)’이 있다.

 

정의당과 민주당 법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중대재해법은 지난 2017년 20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영국의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모델로 발의한 법안이다. 노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부터 올해 6월 강 의원 안과 11월 박 의원 안이 나온 만큼 두 법안은 △기업 법인·경영책임자·정부 책임자 형사처벌 △법인에 벌금 부과 및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등 내용적 측면에서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다만, △징역 및 벌금 하한액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법 적용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양 정당은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언제부터 중대재해법을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를 벌이고 있다. 강 의원 안은 50인 미만 기업에 즉시 법 적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박 의원 안은 4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자는 입장이다.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는 배경에는 1997년부터 시행된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기업규제완화법)이 있다. 기업규제완화법으로 인해 현재까지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안전보건규제가 완화된 상태이다. 다시 말해 안전보건규제가 완화된 상태로 유지됐던 사업장을 포함해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법을 즉시 적용하는지에 대해 양 정당이 이견을 보이는 것이다.

 

“산안법 개정안 통과로 중대재해법 무력화하는 것인지 우려돼”

한편, 장 의원 안은 △개인 500만원 및 법인 3,000만원 벌금 하한액 설정 △동시 3명 이상 또는 1년에 3명 이상 산업재해로 사망 시 최대 100억 원 과징금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현행 산안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을 보완하고 있어 앞서 다룬 두 법안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 같은 장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18일 <건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는 모든 법안을 존중하고 통과되길 바라는 입장이지만, 장철민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돼 중대재해법 제정을 무력화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또 구체적인 근거로 크게 △턱없이 적은 근로감독관으로 인한 법안의 효과성 △낮은 벌금 하한액으로 인한 법안의 실효성 △‘동시 3명 또는 1년에 3명 이상 산재사망’이라는 처벌 조건의 비현실성을 들어 반대 입장임을 주장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최근 5년간 평균적으로 실제 벌금으로 개인 420만원, 법인 440만원 가량이 부과됐기 때문에 장 의원의 법안이 제정될 경우 보건의무를 지키기보다 벌금을 내고 마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낮은 벌금 하한액을 꼬집었다. 한국노총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건이 건설업에 집중되는데 건설업에서는 한 건설사에서 1년에 3명 이상 산재사망이 일어나도 사업장이 각각 다르면 한 기업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집계되지 않는다”며 장 의원 안의 허점을 비판했다.

국회 내에서도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인지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기업 및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 세칙으로 인해 법안 제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 노동 현장에 뿌리 내린 문제를 알아보다

1998~2017년간 국내 산업재해율 및 산재사망률 통계/출처·한국의 사회동향 2018, 통계청

안전보건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2,020명이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했다. 또 통계청이 ‘한국의 사회동향 2018’에서 밝힌 한국과 유럽 국가 총 31개국 간의 산재사망률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루마니아 다음으로 높은 산재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1998년부터 2017까지 산업재해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지만, 해외 다른 국가들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높은 산재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건대신문>은 실제 노동 현장의 모습과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자 지난달 16일 반도체 부품 생산 회사에서 설비 일을 하는 노동자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인 또는 지인이 산업재해를 겪은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B 기업의 하청업체에 다니는 한 지인이 작업 중 유리가 깨져서 파편이 손가락 안에 들어가 수술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A씨는 “B 기업은 하청업체 직원이 파견근무를 하다가 1년에 몇 회 이상은 다치지 말아야 하는지 지시한다”며 “지인의 회사는 B 기업으로부터 한 명이라도 다치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만약 하청업체 직원이 산업재해를 당하면 B 기업 측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평가 면접을 진행한다며 만약 감점이 많으면 감급이나 정직 등 징계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기업 위주 지시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지인 역시 회사에게 수술비를 회사에 요구했을 때 수술비를 주지 않고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토로했다.

2019년 기준 산업재해 통계/출처·안전보건공단

 

끊임없는 산업재해... 김용균 법 제정 후에도 산업재해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일명 ‘김용균 법’이라고 불리는 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노총은 “모든 사업장에 안전보건을 규정하는 산안법의 경우 그 취지가 처벌보다는 사업장 개선을 위해 쓰이고 있는 법이기 때문에 처벌이 미약하고 산재 예방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현행 산안법 개정안은 사실상 원안에서 후퇴했기 때문에 현장 작동에 있어 미비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개정 전의 산안법에서는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1년 이상이라는 징역의 하한선을 규정하고 있지만, 산안법 개정안 제167조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으로 이 같은 징역의 하한선 규정이 삭제됐다.

특히 한국노총은 중대재해법 제정과 관련해 “현재 산업재해 발생 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 안전보건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그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업과 대표자의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노총은 “노동자, 근로자, 일하는 사람 등 어떤 표현으로든 결국 이들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며 “국민이 죽고 다치며 병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중대재해법이 필요”하다며 법안 제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소리 기자  alsldjsthflone@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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