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시인

올해 건대신문상 시부문에는 총 112편의 시가 응모되었다. 작년에 비해 두 배 가까운 편수다. 기성 시인 못지않은 치열한 자기-반성의 시로부터 미흡하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성 회복이라는 유의미한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세계적 위기가 은연중에 반영된 작품들도 많았다. 이러한 경향은 모두 ‘시가 현실의 핍진한 언어’라는, 시의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통찰에 충실한 것이다. 시가 언어의 내적 고립에만 치중하는 요즘과는 사뭇 달라, 무척 고무적이다.

 

투고 작품들을 숙고한 결과 8개의 작품을 최종심에 올렸다.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의식을 수반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 하에, 현실을 치밀하게 투사하고 통찰하려는 용기와 의지를 주목했다.

 

‘중심’보다는 관계의 회복을 위한 ‘어울림’을 삶의 지표로 삼겠다고 담담히 고백하는 「구름」, ‘길고양이’와의 교감을 단편영화처럼 섬세하게 그려낸 「고양이2」, 시의 문장과 여백을 정통 서정시의 방식으로 재현한 「단풍나무 1」, 대상을 오로지 자신의 언어로 포획하려는 의지가 돋보인 「욕망으로서의 바다」, ‘죽음을 향한 존재’라는 철학적 테마를 문학적으로 다시 쓴 「헤매던 과거야」, ‘시’라는 기존의 형식을 과감하게 허물고 있는 「밤, 10년대의 극」, 가족의 서사를 ‘아버지’의 이름으로 담담하게 재구성한 「아버지라는 이름에선 짠내가 난다」 등이 그것이다. 그 어떤 시를 당선작으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지나치게 안정적인 언어 운용과 다소 설익은 설계와 과잉 등이 단점이었다.

 

필자는 고심한 끝에 「거리의 청소부」를 당선작으로 정한다. 이 시는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면화해야 하는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맞서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의 서사다. 특히, 이를 흔치 않은 ‘고백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 점이 신선했다. 빼어난 묘사는 차치하더라도 “너는 왜 도망치지 않았는지. 어째서 시계추처럼 흔들리며, 영문도 모른 채 멈춰 선 건지 // 마냥 황홀하던 것들을 전부 보내주어도 무거워진 사람은 어디에 수납되어야 마땅한가”와 같은 문장에서는 기존에 없던 자기 부정의 목소리 또한 들려왔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다른 학생들에게는 격려의 말을 남긴다. 무엇보다 어떤 식으로든 청춘의 아름다운 한 문턱을 넘었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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