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혜인(문과대·국문18)

안녕하세요. 아주 오래된 편지를 부치는 마음으로 소감문을 씁니다. 여러분에게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아침 해가 기꺼웠던 기억이 없습니다. 내가 앉은 자리는 어두운데 날은 너무 좋아 그늘 밑에서 울었던 기억이 여전히 서늘합니다. 언젠가 그리운 사람의 얼굴에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나는 그 장면에 이르러서는 몹시 슬퍼졌습니다. 옛날에, 나는 그가 햇빛에 울지 않도록 눈을 가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거리의 청소부>는 이런 마음으로 썼습니다. 우리는 평생 서로가 타인이지만, 그래도 각자의 당신에게 손바닥만큼의 미지근한 그늘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러나 나는 위로에 아주 서툰 사람입니다. 언젠가부터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잘못 같았습니다. 사람이 무서웠고, 그중에서 내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주제넘지 않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아주 오래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입을 열 때면 덜컥 겁이 나 자꾸만 말을 삼키곤 합니다. 그럼에도 얼떨결에 밖에 나온 이 시가 상처 아닌 위로이길 바랍니다. 그것이 지극히 이기적인 다정이라 해도,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나의 오랜 병인가 봅니다.

나의 시는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아주 사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여러분에게 이토록 개인적인 사설을 늘어놓아 부끄럽기도, 미안하기도 합니다. 부디 남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읽어주세요. 여기에 한 페이지를 펼쳐 놓겠습니다.

그리 춥지 않은 겨울이네요. 흐린 날도 맑은 날도 괜찮은 날이길. 부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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