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기념 특별기고

노동의 역사는 가히 인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역사에서 노동의 의미와 중요성은 시대에 따라 달리 평가되었다. 특히 대량생산경제에서 지식경제로의 전환이 강조되는 현 시대에 인간노동은 생산과 부의 원천으로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한편, 평등은 오랜 인간역사에서 정의(正義)의 문제로 다루어져 왔다. 정의는 전통적으로 평등으로 이해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에서 기원하는 분배적 정의, 평균적 정의 등은 평등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결국 노동에서의 평등이라는 문제는 노동에서의 정의가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노동하는 자와 노동을 명하는 자 사이의 평등 문제이다. 노동하는 자에는 종속 노동자와 독립 노동자 두가지 부류가 있다. 노동법에 의해 보호대상이 되는 노동자(현행 법률에서는 ‘근로자’라고 표현하고 있음)는 종속 노동자이다. 타인에게 종속되어 노동하는 자는 그 상대방인 ‘노동을 명하는 자’(현행 법률에서는 ‘사용자’라고 표현하고 있음)와의 관계에서 본질적으로 한쪽은 명령하고 다른 한쪽은 복종하여야 하는 불평등한 관계에 있다.

따라서 노동법은 양자간의 평등 관계를 지향할 수 있도록 일정한 법적 수단(예컨대, 노동삼권)을 종속노동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즉, 노동법은 일하는 자와 그 명령자간의 평등이라는 결과 자체를 보장하여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양자간의 평등성·대등성을 지향할 수 있는 수단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노동하는 자 사이의 평등 문제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노동기회(모집 및 채용), 노동과정(근로조건상의 처우), 노동종료(해고 및 퇴직)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대우의 원칙을 확립하는 문제이다. 전통적으로는 성차별 금지라고 하는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었다. 현재에는 그 외에도 연령, 장애, 국적, 고용형태(특히 비정규노동) 등을 이유로 하는 고용상의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모색·도출하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예컨대, 지금까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정년제도는 연령차별의 금지라고 하는 점에서 또는 고령화 사회에서의 고령자 고용 촉진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제도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하는 자 사이의 평등 확립이 쉬운 작업은 아니다. 특히 동일·유사한 능력을 갖고 있는 자가 동일·유사한 작업을 수행한다고 할지라도 그 소속 기업이 대기업인가 또는 중소기업인가에 따라 대우가 상당히 다른 현재적 상황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분단화, 노동자계층의 이원화는 때때로 노동조합세력의 분단화와 맞물려 노동에서의 차별구조를 보다 심화하는 요인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또한 한 기업에서의 재직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임금 등 근로조건이 비례적으로 향상되는 이른바 연공서열형 고용시스템은 지금까지 발휘되었던 그 경제적·사회적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노동에서의 평등원칙 확립을 저해하는 한 가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결론적으로 종합하자면, 노동에서의 평등은 종속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그리고 종속노동자 사이에 실질적 평등의 확립을 그 목적으로 한다. 특히 앞의 측면뿐 아니라 뒤의 측면에서 평등의 중요성이 간과되어서는 아니 된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무관한 선천적·생래적 사실(예컨대, 성별, 국적,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출신국 등) 또는 후천적 사실이나 자연현상(예컨대, 장애, 연령 등) 나아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예컨대, 노동3권, 종교의 자유 등) 및 제도(예컨대, 혼인 및 가족제도, 모성보호) 등을 이유로 하는 노동에서의 차별은 부정의(不正義) 그 자체이다. 부정의가 만연된 사회를 문명화된 사회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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