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각종 건설작업으로 부산하다. 병원과 강의동이 새롭게 지어지고 있고 수익사업을 위한 주상복합단지 공사가 시작됐다. 동문회장도 새롭게 바뀌어 강한 동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고 또한 학교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사립학교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교육환경 개선에 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그러한 점을 일단 차치해 둔다면 최근의 변화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가.

얼마 전 중간시험 기간에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은 불만의 목소리로 가득 찼었다. 도서관 열람실에 자리가 없어서 공부를 할 수 없는 학생들의 하소연이었다. 시험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 자리맡기가 기승을 부렸다. 책상 위는 주인 없는 책과 종이로 가득 찼는데 도서관은 텅텅 비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뿐만 아니다. 도서관의 책들은 각종 무단절취로 몸살을 앓고 있고 차분해야 할 분위기는 시장바닥으로 변해버린 지 오래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캠퍼스는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쓰레기는 강의실에도 가득하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빈 캔과 일회용 컵이 나뒹군다. 새로 교체한 책상은 커닝을 위한 낙서로 빼곡하다. 수업시간은 첨단이동통신기술을 자랑하는 각축장이 되어 버렸고 학문에 대한 열정, 교수님이나 동료들에 대한 예의는 사라져 버렸다. 누구 하나 이런 모습들에 대해서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선배와 동료들은 눈을 감았고 교수님들은 입을 닫았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대학생은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특권계층이다. 특권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해묵은 논리가 절대 아니다. 우리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덧칠한 권리의 향유 못지않게 의무와 역할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 첫 출발은 우리 주위에 만연한 무질서와 이기적인 모습을 바로잡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의 발전이고 나아가서 우리 학교의 발전이며, 곧 우리 사회 발전의 동력인 것이다. 변해야 한다. 기본을 지켜야 한다.

우리의 변화는 거액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투자를 능가하는 힘이 될 것이다. 우리가 건물과 시설물 등처럼 돈이 있어야 변하는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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