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시대의 취업준비생들이 말하는 ‘학벌’

“학벌이 80% 영향 미치더라” “학벌이 사회계층화 고착시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 우리대학 학생들이 느끼는 학벌은 어떤 것일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졸업 예비반 학생들과 이미 졸업한 선배들을 만나보며 ‘건대’라는 학벌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편집자 풀이-

“건대요? 전체를 10등급으로 본다면 4등급 정도? 대부분의 대기업은 sky선호하죠.” 도서관 6층 시청각자료실에서 만난 졸업생이다. 오늘도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나왔지만 “취업을 하지 못해” 다급한 속내로 마음 졸이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취직에서 학벌이 차지하는 비율을 “70~80% 정도”라고 말했다. 소위 ‘노인정’이라 불리는 열람실 앞 등나무에서 만난 학생도 같은 질문에 “80% 정도”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능력 20에 학벌이 80”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들이 느끼는 학벌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였다.

‘건대’라는 학벌 때문에 피해를 본 학생도 있었다. “서류전형에 떨어지면서 학벌로 인한 차별을 체감했다”는 오형석(공대·기계항공 졸)군은 “대기업들은 서울대 100점, 연고대 90점 하는 식으로 출신 학교에 따라 지원자들에게 차등점수를 준다고 하더라”며 체념한 듯 말했다.

강희동(경영대·경영정보4)군은 “학벌 때문에 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적다”고 말했다. “상위권인 연고대에 비해 중위권인 건대를 나와 차별 받는”것이 억울하다는 하소연이었다. 강군은 “실무경험보다 학벌이 더 중시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학벌은 취업 후 급여의 차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김지나(수의대·수의2)양은 “주변에 대학을 휴학하고 취직했다가 복학한 사람이 있었다”며 “일은 대졸자보다 많이하고 훨씬 적은 급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력서 한줄이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김양.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학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벌을 폐지’할지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지 않았다. 박민(정치대·행정4)군은 “학벌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학벌을 폐지하자고 하기 보다는 학벌은 폐지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며 모호한 주장을 폈다. 이들은 학벌이 “수능 공부 잘한 사람이 일도 잘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에서 비롯되고, 사회를 계층화하는 악영향을 미치지만, 학벌이 사람의 능력을 대변할 수도 있고 학벌을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딱히 이유를 대기는 어렵지만 ‘학벌 폐지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것은 ‘건대’라는 학벌에서 올 수 있는 이득에 대한 기대와 ‘학벌은 사라질 수 없다’는 체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 학생은 “학벌은 우리세대까지는 남아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우리사회에 고착화되어 있던 학벌이 조금씩 흔들리는 듯 하다. ‘대학 평준화’, ‘학벌 폐지’ 등의 주장이 정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경준 졸업준비위원장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능력”이다. 비록 학벌이라는 사슬로 얽매여있는 사회지만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들려는 움직임과 개인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병행된다면, 학벌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현재 사회보다는 더 합리적인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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