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이른 9시, 생명과학과에서는 채집을 위해 이과대 앞에 모였다. 2박3일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과 인원을 점검한 뒤 학교를 떠나 인하대 태안 학생 실습실(몽산포)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함께 어울려 놀다보니 어느덧 2시 반, 안면도에 도착하였다.

▲자연휴양림 공원 © 김영기
먼저 자연휴양림 공원을 둘러봤는데 단순히 잔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꽃잔디가 깔려있어 그 모양이 마치 딸기 생크림과 같았다. 그리고 우거진 송림이 더해주는 아늑함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식물들도 이름 팻말을 붙이고 있으니 더 새로워 보였다.

잠시 들린 그곳에서 일정을 마치고 모감주나무 군락을 살펴보고 꽃지 해수욕장에 들려 잠시 숨을 돌린 후 숙소로 향했다. 방을 배정 받고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는 교수님께 낮에 들렸던 안면도에 관한 특강을 들었다.

일부러 이어진 곳을 파서 만든 섬인 안면도는 편안할 안에 잠잘 면 이라는 이름답게 언제나 편안한 잠을 이루게 해주는 섬이었다고 한다. 외부의 침략에 노출된 적도 없고 울창한 송림덕분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들 돈을 벌어 나가는 꿈의 섬이었다고 한다. 고려 때부터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던 송림이 우거진 곳. 모진 바람을 이겨내고 곧게 자란 소나무는 최고의 목재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한때는 법도 존재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울창한 송림은 다 망가지고 대부분 현재 생존해 있는 소나무는 박정희 대통령 때 심어진 40~50년 생의 나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두산그룹의 무차별적 파괴로 현재는 단지 절반이 조금 넘는 송림이 생존해 있을 뿐이다.

송림은 휴양림으로 아주 좋은 곳이다. 예로부터 소나무가 있는 곳에는 벌레가 적고 벌레가 적은 곳에는 개구리가 없으며 개구리가 없는 곳에는 뱀이 없어서 사람이 안심하고 잘 수 있는 곳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지금의 안면도는 편안할 안에 잠잘 면에서 면이라는 글자의 또 다른 뜻인 무성할 면을 따와서 관광객이 무성한 곳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 만큼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다는 소리다.

안면도의 특징 생태 등의 특강과 소나무에 대한 특강을 듣고 각 조별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각 조마다 5~6월의 수목과 꽃, 태안실습소 갯벌, 수생식물과 조류 해양의 원생생물, 자포동물, 연체동물, 절지동물, 극피동물, 척색동물 등의 조별 세미나를 준비하였는데 시간이 지연된 부분이 많아서 짧은 시간에 일정을 마무리짓는 바람에 준비한 모든 것을 하지 못한 듯 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약 한시간에 조별 세미나를 마치고 조인트 조로 모여서 교수님과 함께 시간을 가졌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즐거운 첫날 일정이 끝나고 잠시 정리를 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생명과 학생들의 채집 © 김영기
7일 오전 7시 조금 넘은 시각에 일어나 씻고 아침식사를 한 후 본격적인 채집 준비를 하고 메인 이벤트인 갯벌로 채집을 갔다. 걸어서 3~4분 거리인 갯벌. 썰물이 한참인 시간에 갯벌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채집했다. 사진도 찍고 작은 모종삽으로 진흙을 파고 바다를 마음껏 느끼며 채집을 했던 시간이었다. 해삼, 말미잘, 개불, 멍게, 게, 굴, 성게, 갯지렁이 등 많은 것을 채집할 수 있었다.

2시간 반정도 채집을 한 후 다시 숙소로 모여서 점심을 먹은 후 오상희 교수님께서 오셔서 채집해 온 것들은 분류하여 이름을 가르쳐 주시고 특징을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해부도 해보고 구조를 살펴보는 등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물론 잡아온 해삼을 내장을 다 꺼낸 후 바로 회쳐먹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저녁식사 후 조인트 조끼리 모여 마지막날 밤을 장식할 장끼자랑과 miss biology를 준비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생명인의 밤. 먼저 짧은 공연이 있은 후 5개의 조인트 조에서 나온 장끼자랑은 한마디로 엽기였다. 홈쇼핑 광고 화장실 꽁트 아카펠라 패러디 꽁트 등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자랑했다. 그리고 대망의 미스 바이올로지. 남자의 변신도 무죄가 될 수 있을까. 웰빙, 인어, 바비인형 등의 컨셉을 자랑하는 총 6명의 출전자. 남자가 이렇게 예뻐도 되는 것인지. 교수님의 재치있고 재미있는 멘트에 정말 쓰러질 것 같이 웃어버린 시간이었다.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시상식 후에 뒷풀이가 이어졌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교수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그렇게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약간의 숙취를 느끼며 깨어난 다음날은 5월 8일 어버이날. 일어나 아침을 먹고 간단히 총평을 해 보았다. 좋았던 점들을 주로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 채집에서 단지 갯벌에 사는 생물 지식을 얻은 것이 아니라 같은 과 친구들의 마음을 채집해 간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남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짐을 나르고 집에 갈 준비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며 각 조 조장들의 간단한 느낌을 말하는 시간을 가진 후 단체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집으로 출발. 정말 아쉬운 시간들. 잊기 아까운 시간들이었다. 여름 내내 이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채집 중 본 관찰한 꽃© 김영기
자연. 스스로 그러한 것. 자연의 작은 동식물 하나 하나가 모두 우리에겐 선배다. 기독교의 창조에서 보나 진화로 보나 우리보다 먼저 이 땅에 바다에 하늘에 살아오던 생물들. 자연에 있는 모든 것들은 인간에게 있어서 모두 선배가 아닐까? 조금은 겸손해진 마음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돌아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지고, 자연에 소리에 민감해진 청각을 가지고,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후각을 가지고, 자연을 느끼는 몸을 가지고 돌아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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