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일상은 너희에게 엽기가 될 수 있다.

대마왕. 아무도 대마왕이 될 수 없다∼ 레벨―99라고 한다.

좀비. 새벽 2시에 하는 일없이 주위를 배회하며 아무생각 없이 산다면 당신은 좀비! 유령. 대다수의 시민들이 유령으로 활동. 가족들에게 소외당하며 자신의 생사확인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존재∼

불가촉천민. 일정한 주거와 직장이 있다! 월수입 80만원과 한직장에서 6개월 이상 일했다면 당신은 분명 불가촉천민.

유령도시엔 이 외에도 마녀와 드라큐라 등 새벽 2-3시가 주요 활동시간인 시민들이 거주한다. “방송은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며 출연자나 시청자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6조>

대마왕의 유령도시, 즉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에는 일정한 틀도 멘트도 콘티도 없다. 존칭사용은 엄금. 대마왕과 유령간의 속절없는 대화로 형식을 만들어 간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철저한 프로그램 기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임기응변으로 생방송에 임하는 진행자와 프로그램 담당자 때문에 빚어진 방송사고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이들은 ‘방송심의=고착관념’ 임을 상기시켰다. 아니 그들은 방송심의가 고착관념이다라고 의식을 재정립하기 보다는 ‘세상껍질 파괴’를 이루어 가며 ‘우리가 만든 세상’이 품위이며 예의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들은 방송심의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들 방식대로 품위를 유지하고 시청자에게 예의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고정된 관념의 품위, 예의 따위를 지키려 한다면 이 유령도시에서는 환대 받지 못한다.

1919년 라디오전파가 수신되기 시작함으로써 이전까지 만해도 엄청난 가격으로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혜택을 보던 음향산업이 대중에게도 전파되었다. 이것은, 대중매체에 대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열어준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처음 라디오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었다는 본연의 역할에 기대어 볼 때, 유령도시에서의 관념도 많은 이에게 눈과 귀를 시원하게 열어주었다는 데에 의의를 둘 순 없을까? 이제 고스트스테이션은 공중파를 접는다. 한층 강화된 좀비와 유령을 주축으로 온라인방송에서 유령도시가 더욱 번영하길 바래본다.

이영실(사범대•교육공학3)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