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지난 달 21일, 서울 남부지법은 ‘병역법상 군대에 가는 것을 거부한 행위는 헌법에 규정된 양심의 자유에 따라 보호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근거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인권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병역의무를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본사는 건대인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리 학우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본다. - 편집자 풀이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지난 2일, 우리 학내에서도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예비역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삐뚤어진 모자에 스민 얼룩은 무더운 태양과 싸운 증표. 군복무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고 있는 그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에 고개부터 가로젓는다. ‘종교적 이유, 양심의 실현이라는 개인적 신념을 위해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200명의 설문 대상자 중 78.5%. 기노균(상경대·경제2)군은 “공동체 사회에서 너무 개인적 자유만을 주장한다”며 “그들의 말대로라면 군대 가는 사람들은 총 들고 사람 죽이는 것에 찬성하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실제 여호와증인을 곁에서 봐온 사람은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사공민(건축대·건축4)군은 “여호와증인인 같은 과 후배를 통해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교도소에 가는 사람을 본적이 있다”며 어느 정도 공감하는 듯 말했다. 그러나 ‘주어진 의무를 무시하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것은 평등에 위배된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 아직까지 학생들에게 병역은 다른 어느 것보다 우선시되는 ‘절대의무’였다.

■국방의 의무는 다 지켜야 한다?

실제 학생들이 병역거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방의 의무이기 때문(31%)’. 박상헌(정보통신대·전자공4)군은 “국방의 의무는 예외가 없어야 하며 사지가 멀쩡한데도 군대를 가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도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뚜렷한 생각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다녀왔기 때문에 군에 가는 것”이라고 꼬집는 나연수(문과대·히브리4)군은 “아직까지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통념을 깨기는 무리”라며 우리 사회의 경직성을 비판했다. 아직까지도 학생들에게 병역거부는 ‘나라 안보가 위험해지기 때문(1.5%)’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기 때문(31%)’이며, ‘군사력은 군인 수에 비례하지 않지만(83.5%)’ 그래도 군대는 꼭 가야 하는 곳이다.

■나도 군대 다녀왔으니, 너도 가라?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인정할 수 없다는 학생들의 속내에는 ‘나는 군대를 가기 때문에 반대’하는 심리가 있다. 김현철(문과대·철학4)군은 “한 사람이 군대를 가지 않는 자유를 누림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며 그 박탈감은 “무엇을 잃었기 때문에 생기는 박탈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군대를 가지 않음으로써 내가 지니지 못한 것을 얻는 상황에서 생기는 박탈감”이라고 말했다. 군대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60%)이 더 많고’, ‘할 수 있다면 군대를 면제받고 싶은(71.5%)’ 학생들이 타인의 병역거부를 인정하기란 심리적으로 꽤나 어려운 것이다.

신봉철(문과대·철학4)군은 “군대에 다녀온 사람으로서 남에게 군대에 가라고 강요하는 것은 보상심리에 불과하다”며 사람들의 이해심 부족을 지적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인식도 바꾸고 스스로 피해의식을 극복해야 한다”는 박현성(문과대·중문4)군은 “이제는 군의무를 남에게 강요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할 단계”라고 주장했다.

■대체복무 실행하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많은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제대로 선정할 수 있는 정확한 판단기준을 세우는 것. 이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큰 논란이 되었던 점도, ‘양심’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게 될 경우 이를 악용하여 군대를 기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객관적인 기준은 있어야 한다. 손종호(법대·졸)군은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은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학생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수용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정말 양심적이라면 문제는 그들이 군대를 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것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체복무가 필요하다”는 심병철(일반대학원·경영 석사3학기)군은 “당사자들에게도 이득이고 이미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위해 대체복무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학우들도 현 징병제에서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59.5%나 되고 그 기간도 일반 군복무에 비해 길어야 된다는 의견도 54.5%으로 월등히 많다.

하지만 대체복무제를 시행할 경우 그 기간과 형태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재원(공대·토목공4)군은 “대체복무제가 시행될 경우 현재 군복무보다 더 힘들게 해 사람들이 병역거부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복무기간도 군복무보다 길게 해 회피성이 아닌 진짜 양심적 거부자만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매년 30만 명의 징집 인원 중 600여명이 병역을 거부하고 그들 중 대부분은 병역 대신 전과자의 길을 택하고 있다. “군대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와서 다른 사람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윤성준(공대·환경공4)군의 말처럼 소수의견을 끌어안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포용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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