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은 묻고 답하는 자유로운 형식을 띤 공간이다. ‘묻고 답한다’라는 형식은 곧 자유 토론의 장인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따라서 게시판이라는 양식에 대해서 우리는 두말할 나위 없이 자유로운 양식을 띠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한 개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듯이 다양한 생각이 표현되지 않는 게시판은 제대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게시판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은 게시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쪽에 기울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나아가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들을 살펴봄으로 해서 게시판 사용자들의 의식 수준은 물론 게시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잣대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개방화 사회이기에 대중매체를 통해 자유롭게 의견이 수렴, 해결될 수 있다. 특히나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은 익명성 확보와 접근이 용이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접속하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수위를 넘어선 신랄한 비판도 서슴지 않고 한다.

이러한 특성은 결국 자칫 게시판을 동네 낙서 벽으로 변모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해서 게시판을 다루고 있는 사이트는 단속을 강화하고 익명의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회원가입을 명시하도록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다양한 의견의 반영과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는 게시판의 기본 기능을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단적으로 우리학교 대학원의 게시판에 대해서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안녕하십니까 대학원 게시판입니다. 이곳은 대학원생들의 학사관련과 대학원 및 총학생회에 대하여 궁금한 것을 묻는 곳입니다. 상업적인 광고, 근거 없는 내용 및 비난성 글 또는 실명이 아닌 것은 관리자가 통보없이 삭제할 것임을 유념하시기 바라며 보다 성숙된 자세로 글을 올려 주시면 대학원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위의 글은 우리 학교 일반대학원 홈페이지 <질문과 답변> 맨 윗 글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학사관련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묻는 곳’이라고 게시판의 용도를 한정하고 있다. 이것은 문제점이 있는 발언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게시판을 운영하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게시판 관리자들이 표면적으로 얻게 되는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홈페이지의 얼굴이 될 수 있는 게시판 관리가 깨끗하고 철저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상업성 글, 비난성 글, 무명씨 글을 관리자가 임의로 삭제할 수 있는 원천봉쇄의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했기에 게시판이 깨끗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 일반대학원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무척 깔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800여건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거의 모든 질문에 답변의 글이 올라와 있다. 게시판을 잘 관리하는 것, 모든 글에 답변을 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기에 담당자의 노력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결과이다.

하지만 질문 사항이 대부분 학사 일정과 관련된 것들뿐이다. 그에 맞추어 답변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정해진 답이 있고 그것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은 곤란한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쉽다.

결국 게시판 맨 위에 올린 담당자의 글은 쉬운 질문만을 남겨 놓고 쉬운 답만을 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았다. 표면적으로는 깨끗해졌지만 심각한 문제나 신랄한 비판의 글은 쉽게 발견할 수 없다. 보기 좋은 내용 혹은 유익하다고 여겨지는 글(학사일정 및 학사 업무와 관련된 글)만 보이는 게시판은 모든 의견을 반영한 게시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시판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게시판은 토의의 장이 될 수 있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능을 게시판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시판을 관리하는 측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열린 자세를 견지하고, 그 장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폐쇄성은 버려야 한다. 폐쇄적이면서 선별적인 의견 수렴은 현대 사회가 개방화 사회, 다양성의 사회라는 것과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시판 담당자의 자세만 탓할게 아니다. 우리에게는 한 가지 풀어야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게시판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의식 수준의 향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 얼마나 많은 무의미한 글과 개인적인 견해와 낙서 등이 있는지는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카페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난잡한 의견은 좋은 의견들을 무색하게 만들며,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토의 되어야하는 장소를 어지럽게 한다. 우리 학교 대학원 홈페이지 <질문과 답변> 맨 위에 쓰인 ‘성숙한 자세’라는 문구는 이러한 자세를 꼬집고 있다.

유창민(일반대학원 • 국문 석사 2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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