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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상담소는 부재중…장한벌, 성폭력 인식의 현주소
양윤성 기자 | 승인 2004.08.05 00:00

▲본관 1층 로비에 있는 성희롱 신고함.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쉬운 위치에 있다. 이로인해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쉽게 알릴 수 없다. © 심상인 기자

현재 우리대학의 경우 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홍보, 예방과 대책이 모두 부족하다. 특히 우리대학 성폭력 관련 학칙은 반성폭력적 내용을 담고 있으나 명칭은 ‘성희롱 예방 규정’이라고 돼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선 어떤 성적 행동이든 상처가 된다는 걸 감안하면, ‘성희롱 예방 규정’이란 명칭에서 드러난 것처럼 성폭력에 대한 학교 당국의 낮은 인식은 심각한 문제점이다.

■총여가 성폭력과 무슨 상관?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인식을 낳은 가장 큰 원인은 성폭력에 대한 홍보 부족이다. 사실상 학내 성폭력 예방에 대한 홍보와 성폭력 문제 해결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밖에 없다. 김승은(경영대·경영정보3) 총여학생회장은 “학내에 성폭력 상담소가 없어 신고와 접수부터 피해자의 대리인 역할 등 모든 것이 총여 몫”이라며 “홍보가 잘 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도 모른채 힘든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우들도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과 총여의 홍보 부족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여의 역할에 대한 홍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현희영(상경대·국제무역4)양은 “화장실에 붙어 있는 성폭력 신고번호도 삐삐 번호로 돼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수란(축산대·축산가공4)양도 “학우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성폭력을 겪어도 총여의 홍보 부족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 1차적인 책임은 여학우들을 대변해야 하는 총여에 있다.

경희대 18대 총여학생회의 경우, 여학생들이 자주 모이는 여학생 휴게실을 집중적으로 활용해 학우들에게 총여를 알리고 있다. 게다가 학교 신문 <대학주보>와 연계해 1주에 한 번씩 성폭력 관련 Q&A를 운영해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인 홍보를 한다. 그리고 강의평가에도 성폭력 조항이 있어 성폭력에 대한 사전예방장치가 잘 갖춰진 상황이다.

■학교당국의 지원이 부족하다

그러나 경희대 총여가 이런 모든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학교의 지원, 즉 성폭력 상담소가 별도로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조용미(문과대·국문3) 경희대 총여학생회장은 “성폭력 상담소가 개설된 이후 홍보 활동이 늘어나고 신고 건수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건 해결 과정에서 공론화가 되는 경우도 있어 성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도 함께 높아졌다”고 한다. 물론 피해자의 신분은철저히 비밀에 부처지며, 이러한 비밀보장은 학칙으로도 규정돼 있다.

▲본관 4층에 있는 학생생활상담소. 구석에 있어 학생들이 잘 찾을 수 없다. © 심상인 기자
우리대학 17대 총여의 공약 중 하나가 바로 성폭력 상담소 개설이었다. 이에 대해 김승은 총여회장은 “지난 학자요구안 때 학교 측에 요청했지만 현재의 학생생활상담소에서 성폭력에 대한 상담을 강화하겠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성폭력 관련 상담은 본관 4층에 있는 학생생활상담소에서 겸하고 있다. 하지만 상담실의 본 업무는 성폭력이 아닌 ‘취업·진로’ 상담이다. 1년 반동안 혼자서 상담실 업무를 계속해온 김옥진 상담실장은 “실제로 성폭력과 관련해 방문하는 학생은 상담 학생의 5% 정도에 불과하다”며 “상담실이 학생들의 유동이 적은 본관에 위치해 있고 구석이라 찾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성폭력 관련 학칙도 학생 중심으로 개정되야

성태용 학생복지처장은 “지금의 학생생활상담소를 성폭력, 진로상담, 학교생활의 3기구로 개편할 예정”이라며 “기구개편이 교무회의를 통과하고 이사회의 승인을 앞두고 있어 빠르면 2학기부터 운영될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성폭력 신고함이 드넓은 본관 로비 한 가운데 놓이거나, 성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피해자보다 학교 이미지를 우선시한다면 성폭력 상담의 본 의미는 퇴색한다.

전조용미 경희대 총여회장은 “성폭력 상담소가 개설된 후 사건 피해자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보상과 가해자 교육에 드는 비용은 학칙에 의거하여 전적으로 대학 본부에서 부담한다”며 “성폭력상담소는 학생들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녀는 “성폭력 상담소 산하 ‘성폭력 특별위원회’는 학생대표 3명, 교수대표 1명, 교직원 1명과 상담실 소장, 학생 징계를 담당하는 학생처장, 그리고 여학생 부처장으로 구성된다”며 “이중 절반 이상은 여성위원으로 구성되고 징계를 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대학의 경우 학칙 상 15명 이내의 ‘성폭력대책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추천권은 부총장에게 있으며 학생이 사건에 연루되어야 3명 이내의 학생대표를 선정할 수 있다.

앞으로 성폭력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이 높아질 경우 학칙개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은 총여회장은 “학칙에는 처벌 문제도 명확하지 않고 학교 측 지원도 미비해 개정이 필요하다”며 “개강 후 준비된 자료를 가지고 학우들과 함께 대학본부에 끊임없이 요구해 학내 성폭력 방지를 제도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양윤성 기자  yoon838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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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4층에 있는 학생생활상담소. 구석에 있어 학생들이 잘 찾을 수 없다. ⓒ 심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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