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축제 공동체. 주변, 변방부를 뜻하는 ‘프린지’들이 모였다. ‘인디만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홍대 앞 거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제7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이 그 장소다. 고성방가(음악축제), 내부공사(전시/미술축제), 암중모색(아시아 독립영화제), 이구동성(무대예술제), 중구난방(거리예술제) 등 5개 부문 예술제와 학술행사 및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9월 5일까지 계속된다. 상상력 빈곤의 시대에 만송이의 꽃(인디;인디펜던트의 약자)이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과 향기로 피어(만발) 다채로운 빛을 내뿜고 있는 홍대앞 거리로 가봤다. 지금 이 곳은 인디, 만발 중이다.                 -편집자 풀이 -

다양성과 차이의 가치를 밑천삼은 인디·비주류문화

그들의 발칙한 상상, 자유로운 몸짓

▲ © 김혜진 기자

텔레비전을 켜면 비슷비슷한 스토리의 드라마가 채널마다 나오고, 극장가에 들어서면 상업성으로 포장된 영화, 연극들이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그리고 거리로 나오면 어디선가 들어본 멜로디와 가사가 ‘신곡’이랍시고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문화생활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닌 요즘, 날마다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문화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가 접하는 주류문화들은 ‘상상력의 빈곤’이라 할 만큼 획일적이고 천편일률적이다. 이러한 주류문화에 반기를 든 젊은 예술가들이 다양성과 차이의 가치를 밑천삼아 홍대 앞에서 자유롭고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 © 김혜진 기자

발칙한 상상, 자유로운 몸짓으로 가득 찬 프린지 스트리트에는 축제가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빨간 깃발이 거리에 나부끼고, 하늘을 지붕 삼아 문화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종합안내소의 인디스트(프린지 페스티벌 자원봉사자를 일컫는 말) 양은정(이화여대·정외4 휴)양은 “프린지 페스티벌은 주류문화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색다른 문화 경험을 통해 다양한 문화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예요”라며 오늘 열리게 될 문화 공연들을 안내해 준다.

인디스트의 안내에 따라 처음 찾아간 곳은 ‘우리만화연대’의 게릴라전이다. 만화 전시를 보며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정재영(국민대·경영 3)양은 “만화 형식이 다양해 ‘이것도 만화 맞나?’ 라는 생각이 들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어요”라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만화작품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다. 그런데 소재와 내용이 조금은 충격적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던 만화가 황기홍씨는 사람들의 ‘신기하다’, ‘낯설다’라는 반응에 대해 ‘사람들이 일본만화에 길들어져 있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은 일본만화에 길들어져 다른 형식의 만화는 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려고 해요. 그들의 눈에 다른 형식의 만화는 ‘이상한 그림’일 뿐 이죠”, “이미 주류문화에 젖어버린 대중들에게 일본만화 형식이 아닌 만화는 외면당하기 십상이예요” 그는 주류문화 때문에 도태되어 버린 비주류 문화에 대해 아쉬움을 토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 김혜진 기자

그 때 만화 갤러리 옆으로 화려한 옷차림의 한 무리가 여러 악기를 연주하며 지나갔다. 바로 프린지 페스티벌을 홍보 중인 ‘인디만발 공작단’이다. 공작단에서 활동 중인 인디스트 임이지(고려대 심리1)양은 “생각보다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실망하고 있는 중이예요. 비주류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면 좀 더 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을텐데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임이지양의 말대로 그래피티, 로모월, 캐리커쳐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스트리트 갤러리에는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일 뿐 축제라고 하기엔 한적했다.

▲ © 김혜진 기자
이번에는 ‘비주류 이미지 왕국이 도래한다’라는 타이틀 아래 튕기기, 째기, 조르기 등 8개의 소제목으로 명명된 각각의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미술/전시 축제를 찾았다. ‘비틀기-일상적이지만,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우리 주변에 대한 이미지’라는 소제목으로 전시 중인 갤러리에는 과연 일상적인 소재를 희화화하고 풍자해 놓은 작품들이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우리대학 학우 김혜정(이과대·화학2)양은 “재미있는 방법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작품들이 새롭고 좋아요. 주류문화보다 더 창조적인 것 같고 앞으로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네요”라며 비주류문화의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줬다.

8개 갤러리를 모두 돌며 본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은 소재 선정이나, 접근 방식, 표현 방법 등이 너무 독특하고 참신했다. 그렇게 8개 갤러리 나름대로의 오묘한 분위기 속에서 내부공사 축제를 완전히 즐기고 나오자 어스름 어스름 해가 지고 있는 바깥에서는 유쾌한 난장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 프린지 광장의 야외 무대에는 여러 무용단의 공연과 음악 공연 등이 펼쳐졌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무용단의 몸짓은 난해했지만 광장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은 그것 자체를 즐기는 듯 했다. 열심히 공연을 카메라로 녹화하고 있던 김한기(예술종합대학·건축 1 휴)군. “인디 문화가 어렵지 않냐구요? 젊으니까 난해한거죠. 원래 젊은 사람들의 심리가 그렇잖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인디 문화의 핵심은 ‘열정’이예요. 뜨거운 열정이 느껴져서 더 가슴에 와닿아요.”

김한기군의 말처럼 인디 문화, 비주류 문화의 핵심은 ‘눈치 안보고 마음껏 발산하는 열정’이다. 인디스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류문화에 젖어 문화 획일성에 일조하고 있었다면, 이제 한바탕 질펀하게 벌어지는 프린지의 향연 속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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