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이후 사람들은 정치적 사안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이 매우 적극적으로 변했다고들 한다.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본지에서는 여러 학생들을 만나보며 정치적 사안에 접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그 중 두드러지는 유형을 분류해봤다. - 편집자 풀이 -

* 유형 1 - 지레포기

이들은 여론이 반대한다 하더라도 현실이 바뀔 수 없다며 지레 포기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실제로 참여한다고 해서 목적이 성사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유00(공대4)군의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보통 ‘현실’이라는 명목 하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책을 옹호하기도 한다. 이런 형상은 파병에 관한 한 학우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병에 반대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 백00(건축대3)군은 “파병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근거가 실현 불가능한 것 같다”며 “어차피 파병할 수밖에 없다면 파병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대가를 얻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뚜렷이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본다”고 답하며 난감해 했다. 결국엔 ‘파병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파병해서 딱히 얻을 것도 없지만 파병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레포기형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의견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 유형 2 - 남이 하겠지~

이것은 우리시대에 만연된 개인주의·인간관계 파편화 현상 속에서 비롯된 유형이다. 이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일정 정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기 때문에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00(상경대3)군은 “등록금 투쟁과 같은 문제는 소수 인원이라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는 꼭 투쟁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00(공대4)군은 “학생들이 누군가가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며 “‘누군가 대신 해주겠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겠지’라는 기대감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유형 3 - 나랑 상관없어~

나에게 바로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유형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커다란 사회적 쟁점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극히 작다고 생각한다.

학내 장애학우를 위한 시설에 대해 “사람들이 개선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딱히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적은 것 같다”고 말하는 김00(생환대3)군이나 “당장 나와 관련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절박하지 않다”는 유00(문과대3)양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사회라는 흐름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사람들은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문제는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대부분의 현실문제는 나랑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이 사회와 동떨어져서 살아 갈 수 없는 것처럼 이런 현실 문제들은 언제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하는 개인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이게 바로 현실문제에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절박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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