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에 전공 및 교양의 폐강 과목이 결정되었다. 수강인원 미달로 폐강된 선택교양과목 53개 과목 중, 문과대의 개설 과목이 37개(70%)이며, 전공과목에서도 23개의 폐강과목 중, 10개가 문과대학의 과목(43%)이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일차적인 책임은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들에게 있을 것이다. 새로운 과목 개발을 게을리한 부분이나, 시대적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강의를 한 부분은 마땅히 인문학을 맡은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요즘은 소비자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는 시대이다. 좋은 강의를 하면, 학생들이 당연히 모이게 되어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신석기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다. 숙제가 많거나 어려워 보이는 과목들을 피하며 ‘쉽고 재미있는 과목’을 찾아다니는 상당수 학생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너무 좋은 강의를 하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필수과목을 폐지하여 모든 권한을 학생들에게 양도한 작금의 교육은 훌륭한 강의를 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의 입맛에 맞는 강의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강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탁월한 과목을 강의해도, 학생들에게 “빡세다”는 소문이 나면 폐강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인문학자들은 주어진 교육현실을 직시하고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 대학이 백화점의 문화센터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먼저 우리는 현재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교육현실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폐강될 과목의 강의 내용이 충실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먼저, 자신의 강의를 두 번 이상 수강하는 학생에게는 학점을 올려준다. 왜 단골은 좀 싸게 해주는 것이 당연지사 아닌가? 둘째로, 친구를 내 과목으로 인도한 학생에게는 혜택을 준다. 자신 뿐 아니라, 다른 학생을 고객으로 삼게 해주었는데 마땅히 보상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삐끼’라도 사용해야 한다. 소위 목이 좋은 곳에서 장사하는 인기학과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인문학의 비인기학과들은 상도덕을 운운할 처지가 아니다. 마지막 극약처방으로, 인기 있는 과목의 수강생을 조기 수강신청 때에 대여 받는 방법이 있다. 일정 일자까지만 수강인원을 유지하면 폐강이 안 되기 때문이다. 200명 씩 수강하는 과목에서 20명 정도를 빌리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혹자는 이런 해결책에 대하여 반문할 것이다. 그것이 교육자가 할 짓이냐고? 무슨 시대착오적인 질문인지 참 한심하다. 지금 우리는 교육자이기 이전에 세일즈맨이다. 과거에는 제도가 우리를 교육자로 지켜주었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지켜야한다. 우리는 고객이 없으면 교육을 할 방법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폐강을 면해야 우리는 비로소 교육자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현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으로 살아온 것을 반성하며, 앞으로는 우리가 ‘교육자’라는 구시대적 발상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적극적으로 시장 경제의 흐름에 뛰어드는 것만이 비인기 순수학문의 살 길이라고 단언한다. 적어도 인문학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는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김도식 교수(문과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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