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날까지 불투명했던, 북한의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참가가 결정되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작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시금 이번 대회를 통해 통일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한반도에 솟아오를 것을 기뻐했다. 여전히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일반시민들 사이에 넓은 간극이 존재하지만, 지난 아시안게임과 이번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북측응원단과 우리 응원단이 보여준 공동응원은 그 간극을 약간은 줄어들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기간 동안에 있었던 몇몇 수구우익단체들의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행위는, 어렵사리 조성되어 훈김이 돌고 있는 남북한간의 화해분위기에 찬물을 들이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우리나라는 헌법상 엄연한 자유민주주의국가이고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다원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국가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인 견해의 표출 없이 세계의 대학생들이 모여 그들의 육체적 기량을 가늠하고 실력을 겨루는 순수해야 할 자리에, 한 나라의 존엄성을 왜곡하고 그들의 존립기반자체를 부정하는 행위까지 허용하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현상에 만족하여 그 상황을 지키면서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보수라고 하며, 그 현상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려 노력하되 그 변화의 속도를 인위적으로 빠르게 하려는 것을 진보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이번 유니버시아드대회 기간 동안에 보여주었던 행태는, 분명 현상에 대한 안정보다는 반목과 무의미한 경쟁을 되풀이하던 시절로의 회귀를 바라는 것이라는 확신이 설만큼 과격하고 맹목적인 이데올로기 투쟁―그들이 그렇게 증오하던―일 뿐이라고 후대에 인식될 것임은 자명하다.

2000년 남북 정상간의 회담을 통해 통일의 지표가 될 남북공동선언까지 발표된 이 시점에 아직도 냉전과 상호대립이라는 시각에 사로잡혀 무한대결구도로만 남북관계를 해석하고 우리가 ‘타도해야 할 적’들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이 과연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진정한 보수의 모습인가라고 자문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건강함을 증명하는 모습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의견과 견해가 표출되고 전파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전파하기 위해, 잘 차려진 ‘모두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고 걷어차 버린다면 결국에는 그 의견을 표시할 장소조차 스스로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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