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여자 축구경기 응원전 스케치

지난 24일,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는 북한과 프랑스의 축구경기가 있었다. 북한 여자축구단의 실력이 좋다는 소문과 함께, 남북이 함께 대규모의 응원전을 펼칠 것으로 알려져 그 기대치도 그만큼 컸다. 그 숨막히는 열기와 그 속에서 느끼는 감동의 순간을 담아본다.                                                   - 편집자 풀이 -

“북한의 여자축구가 세계최강이다.” “자리가 없다고 하던데, 빨리 들어가자!!” 지난 독일과의 경기에서 6:0 으로 압승했던 북한 여자축구단의 실력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높은 관심을 샀던 북한 대 프랑스의 축구경기는 입장 전부터 그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북한 선수단은 매섭게 공격했고 전반 3분을 넘기면서 북측의 골이 터지자 “와” 하는 소리와 함께 “잘했다”라는 격려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첫 골이 터진 후 연이은 북한 선수들의 득점으로 어느덧 북한 선수들은 대구시민들에게 ‘우리 선수들’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북의 선수가 아닌 ‘우리 선수’인 것이다. 어느 장난스런 시민은 “이거 6분에 한 골 아이가? 후반전까지 하면 20:0 까지 가겠데이”라며 북 선수들의 선전에 환호하기도 했다.

경기가 더해갈수록 남북 공동 응원으로 통일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전반전 중반, 아리랑 응원단은 미리 준비한 대형 한반도기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반도기가 북측으로 옮겨 가려는 순간, 삼엄한 경찰의 경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그 곳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열기는 다시 달아오를 수 밖에 없었다.

하프타임, 남한 응원단들은 또 한번 한반도기를 옮기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넘겨라”라며 하나되어 외쳤다. 그리고 드디어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한반도기가 남한 시민들의 손에서 북한 응원단에게로 전달된 것이다. 북한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받쳐들자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누군가는 “통일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한반도기를 전달했던 한 시민은 “저렇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 한반도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 흥분을 표현했다.

남북이 하나되어 만드는 응원전은 한반도기 전달 뿐만이 아니었다. 아리랑 응원단이 “우리는”을 외치면 북측 응원단이 “하나다”를 외치기도 하고, 북측이 ‘문화도’, ‘언어도’, ‘우리는’을 외치면 남한 시민들은 집게 손가락을 펼치며 “하나”라고 힘차게 외쳐 하나의 민족임을 과시했다.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는 경기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남한의 보수단체들과 북한의 기자들과의 좋지 않은 사건이 들려왔다. 그러나 경기장을 나오던 한 시민은 “그런 사람들(보수단체 사람들)도 경기장에 와봐야 알아. 지금 공감되는 통일 분위기를 그들도 어쩔 수는 없을 거야”라며 강조했다. 시민운동장은 어느덧 우리민족의 ‘잔칫집’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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