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속에 피어나는 정

언어교육원 한국어학당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음식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를 통해 함께 하는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 편집자 풀이 -

방학의 끝자락. 조용한 장한벌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한쪽에서는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식이 시끌벅적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조용하지만 열기로 가득 찬 외국학생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언어교육원 한국어학당 학생들의 음식경연대회가 떠들썩한 장한벌 한쪽에서 열린다. 학관 식당 한 곳에 마련된 조리대에서 그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조용하면서도 들 뜬 분위기로 가득한 조리대에서는 서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경쟁의식이 엿보인다.

음식을 가열하는 불꽃의 열기인지, 최고의 음식에 대한 그들의 열정인지 출처가 불명확한 열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행사장을 뜨겁게 데우고 있다. 이 열기를 간직하고자 카메라의 셔터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행사 시간이 다가올수록 학생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조리기구를 옮기고, 야채를 썰고, 기름을 두르는 등.

중국집에서 재료를 사와 중국음식을 만든장홍봉(중국)군은 “중국집 요리와 비슷하지 않아요”라며 자신의 요리에 의구심을 가진다. 이에 장군의 친구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입을 희생시킨다. “으악 덜 익있어.” 친구도 장군의 요리에 손을 든다. 한쪽에서는 일본인 료우코양과 미에코양이 카레 색을 둘러싸고 실랑이다. “이 색이야”, “아니야 색이 너무 진해”라며 서로 난감해 한다. 그러나 이들은 즐겁다. 같이 있는 것 차제가 즐거워 보인다.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는 이 곳에서는 미국인과 아랍인은 더 이상 적이 아니라 같은 음식을 만드는 친구일 뿐이다.

조리시간이 끝나고 이제는 음식을 시식하는 시간이다. 행사장에 순간 긴장감이 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화려한 빛깔과 향긋한 음식냄새에 먹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돈다. 일본식 파전 오코노미야키, 닭요리 데라야끼 치킨, 월남쌈, 깐풍기 등 여러 나라의 요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인종은 다르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모두 똑같다. 모두 친구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서로 서먹했던 분위는 사라진지 오래다.

터키인 에네스 카야군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해 다양한 음식을 맛보지는 못하지만 이번 행사는 “문화바꿈 행사예요. 다른 문화를 이해하면서 다른 나라 친구들과 더 친해지는 것 같아요” 라며 행사예찬을 한다.

이번 행사는 아기자기하면서도 각 나라의 특색과 문화를 알 수 있었던 문화 융합의 장인 동시에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된 자리였다. 이렇게 다른 인종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있지만 음식이라는 단순한 매개체로도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지역으로, 사상으로 분리되고 있다. 또한 대학은 단대로, 학부로 분리돼 서로를 이해하고 같이 생활할 공동체가 없는 듯 하다. 대학의 참 모습은 ‘우리 같이’가 아닐까? ‘우리 같이’란 1년에 한번 여는 축제가 아니라 항상 함께 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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