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공사가 시작된지 2달. 지난 금요일 찾아간 청계로는 곳곳에 ‘생존권 대책없는 복원’을 반대하는 플랭카드가 걸려 있어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청계6가에서 의류악세서리 가게를 하고 있는 주미희(42세)씨는 “보상금도 못받고 쫓겨나는 노점상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말한다.

청계3가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노점상 안희숙(57)씨. “요즘은 한숨밖에 안나와”하고 말하는 얼굴에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청계7가에서 커텐을 파는 상인도 “맨날 신문이랑 방송국에서 취재해 가도 변하는게 없어”라며 한숨을 쉰다. “보상금만 준다면 나가지 말라고 해도 옮기는데…”

서울시가 노점상은 불법이라서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상인은 “우리가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야. 그저 생계를 꾸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정도를 원하는 것뿐인데…”라며 답답한 심정을 말했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공사의 여파는 노점상에 그치지 않는다는게 이곳 상인들의 말이다. 주미희씨 가게 옆 이불가게 주인은 “청계천이 복원되면 건물주들이 우리들한테 계속 임대해 주겠어?”라며 “돈이 되는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게 생겨 결국 우리도 쫓겨날 거야”라고 미래를 걱정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이 아닌 대화와 타협이었다. “청계천 복원 공사가 서울시민을 위해 한다고 하지? 우리도 서울시민이야. 근데 우리하고는 대화 자체를 거부해”라는 안희숙씨의 말처럼 청계천 복원공사가 일부 시민을 위한 공사가 아니라 청계천 주변 모든 시민을 위한 공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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