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우리대학 김용찬, 김종곤(법대 학생회장)군의 공판이 8월 21일과 27일에 있었다. 김용찬 군은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김종곤군은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을 구형받았다. 27일에 있었던 김종곤군의 공판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 © 심상인 기자
“『자본론』이 이적표현물이라면 교보문고도 구속하라!” 우산을 받치기조차 힘이 들 정도로 비가 쏟아진 27일, 김종곤군의 공판이 있는 날. 서초구 법원 삼거리에서 김군 구속에 대한 항의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군의 석방을 외치는 그들의 얼굴은 간절함과 절박함이 가득하다.

“언제나 든든한 선배였어요. 생긴 걸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참 순하고 재미있는 선배였죠. 그런 선배가 구속되다니...” 항의집회에 참가한 손지현(전공자유1)양의 얼굴이 어둡다. 오로지 구두소리와 한숨소리만 들리는 법원 5층 복도. 문 앞에는‘번호, 21번. 신건, 2003고단7098. 피고인 명, 김종곤. 사건명,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등)등’이라고 쓰여있다. “이제 종곤이 차례예요!” 누군가의 목소리에 서둘러 법정으로 들어간다. 하늘색 옷에 하얀 고무신을 신고 있는 김종곤군의 뒷모습. 눈이 벌겋게 충혈된 가족들과 친구들, 후배들을 등뒤에 두고 고개 한번 돌리지 못하는 김종곤군.

서울 지방 검찰청 허상구 검사의 심문이 시작된다.

“피고인이 제작한 「마시마로와 떠나는 잼나는 모꼬지 이야기(아래 모꼬지)」 자료집에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 모순이다’라는 내용이 있죠?” “네.”

“2002년 7월 9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제 1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작업을 위해 피해자 신한환경개발(주) 직원 수십명이 접근하자, “용역 깡패들이 쳐들어오고 있다. 주민들은 현장으로 모여달라”를 외치며 쇠파이프를 휘두른 적이 있죠?” “네.”

조영선 변호사가 변론을 시작했다.

“모꼬지의 내용은 국내·외 서적이나 도서관·대학 등의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인용한 것이죠?” “네.”

“그 자료집은 정부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정책으로 노동자나 도시빈민들의 생활이 날로 빈궁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하려는 것이 주된 의도였죠?” “네.”

“안암동 사건에 대해 피고인은 무허가건물의 철거가 적법하다 할지라도, 그 방법에 있어 폭력배들을 동원해 주민들을 폭행하고 위협하는 것은 적법한 법집행 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네.”

숨막히는 검사·변호사의 질문이 끝나고 피고인 김군에게 발언의 기회가 주워졌다. 살얼음 같은 침묵 속에서 김군이 묵직한 의자를 밀며 일어섰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여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저에게 국가보안법이라는 시대의 악법을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행한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반성합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저의 행동들은 이 땅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김종곤군의 공판 다음날인 28일, ‘김종곤·김용찬 학우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건국대학교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서초구 법원 삼거리에서 ‘공안기관 교육시키기’ 집회를 열었다. 여기에서 이들은 이적표현물로 지적된 『공산당 선언』이라는 제목의 책을 ‘공안문제연구소’에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보안법에 대한 토론회를 공안 검사들과 함께 열 것을 제안, 『공산당 선언』 서적을 공안검사실에 직접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공안문제 연구소는 “그 책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말을 전하며 만나길 거부하여, 대책위가 계획한 토론회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이적표현물’로 지적된 이 문서들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며 자본주의를 비롯한 사회주의에 대한 연구도 상당수다. 우리사회는 민주주의 사회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있는 국가다. 그러나 ‘다른 이념과 사상’에 관한 연구를 했다는 이유로 창창한 미래를 앞둔 젊은이들을 법정의 피고인으로 세우는 법이 존재하는 사회가 우리의 민주주의 사회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50년이 넘도록 여전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과연 국가보안법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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