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에도 사회적 약자들을 도우려는 손길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연말을 훈훈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러한 소식에 기자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봉사활동의 세상을 체험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의 ‘한사랑마을’을 찾았다.

▲ © 설동명 기자

기자가 도착한 ‘한사랑마을’은 중증장애아동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장애아동들은 생활재활교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밥을 먹고 대소변을 가리고 걷는 등 일상생활의 ‘자립’을 위한 재활훈련과 함께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들어가기 전, 이교하 사회복지사에게 간단한 사전 교육을 받았다. 그녀는 “장애인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됐으면 해요”라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건네며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그 곳에서 만난 이희영(경화여고2)양은 “작년에도 왔었는데 많은 보람을 느껴서 올해에는 친구들도 데리고 같이 왔어요”라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는데, 그 웃음만큼이나 마음이 참 곱다.

▲ © 설동명 기자
교육이 끝난 후 복지사의 안내에 따라 기자는 ‘야곱방’이라는 생활실로 들어섰다. 코트와 목도리를 벗고 봉사자 활동복을 입으니 마음까지 홀가분해지며 단단히 마음가짐을 할 수 있었다.

야곱방을 담당하는 이영남 생활재활교사(아래 이 선생님)는 봉사 시 지킬 점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특별할 것은 없는데 봉사자보다 나이가 많으면 꼭 언니, 오빠라고 불러 달라”며 “인지능력이 없더라도 그게 장애인에게 예우”라며 고운말 사용하기를 강조했다.

이 선생님으로부터 야곱방에서 생활하는 8명의 아이들의 특징과 성격을 소개받아 이름을 외우는 사이 금세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의 메뉴는 김치볶음밥! 기자는 시각장애를 가진 은채(10세)에게 밥을 먹이게 됐다. 먹음직스러운 볶음밥을 한 술 뜨고 “은채야, 아~” 하며 은채에게 밥을 먹이면서 옆을 둘러보니 몸이 불편한 천희(20세), 영화(14세), 은아(13세)는 선생님이나 봉사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밥을 먹고 있었다.

▲꾸준한 물리치료와 반복학습으로 걸을 수 있게된 영화 © 설동명 기자

혼자서도 밥을 잘 먹는 은아는 지난 2001년 이 곳으로 올 때만 해도 밥을 먹여줘야 했다. 이 선생님은 “은아가 손으로 숟가락을 쥘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꾸준히 반복 훈련을 받으니까 밥을 스스로 먹을 수 있게 됐죠”라고 말하며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도 전혀 걷지 못했지만 꾸준한 물리치료와 반복 학습을 통해 워커(걷는데 도움을 주는 기구)를 통해 걸을 수 있게 됐다.


“장애인들에게 ‘자립’은 거창한 것이 아니에요. 일상을 생활하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자립이죠”라고 말하는 이 선생님은 “이것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자의 역할”이라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 © 설동명 기자
생활실 청소와 빨래를 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조금희 선생님을 도와 아이들에게 간식을 먹이고 면기저귀를 함께 정리했다. “교대라고는 하지만 매일 이렇게 일하는 게 힘들지 않나”는 기자의 질문에 조 선생님은 “연말이라 봉사자들이 많이 와줘서 괜찮다”며 “봉사자는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만 아동들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된다”며 봉사자들이 많이 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한다.

봉사활동을 마무리하며 아이들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아이들은 웃으며 ‘안녕’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단 하루의 봉사활동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고 자부할 수 는 없다. 그러나 단지 머리와 펜만으로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기자가 뛰어든 이 세상을 통해 학우들이 장애인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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