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기사] 일본 유학생 건희의 중학교 역사수업

최근 일본의 역사왜곡교과서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본 기사는 ‘건희’라는 가상인물이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로 수업을 받는다는 설정의 가상기사이다. 이를 통해 역사왜곡의 내용과 핵심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 풀이-

▲ © 김혜진 기자

《2006년 4월 4일,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아래 새역모)’의 교과서를 채택한 일본의 한 중학교. 띠리리리링~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역사시간이 시작된다.》

선생님 : 자, 수업을 시작하겠어요. 이번 시간에는 ‘조선반도와 일본’을 할 차례죠?

학생들 : 네!

선생님 : 그럼, 교과서의 지도를 볼까요? 조선반도의 모양이 흡사 ‘대륙에서 뻗어 나온 팔’ 같이 위협적인 형상이에요. 대륙세력이 조선반도를 집어삼킨다면 일본도 안전하지 않으니까요.

일본은 조선반도의 이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항상 조선을 지켜봤답니다. 그래서 ‘얼지 않는 항구’를 찾아 남쪽으로 세력을 뻗쳐오던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조선을 발전시키며 ‘조선의 자주국가화’에 앞장섰죠! 사실, 이때 우리 일본이 조선을 돕지 않았다면 지금의 한국도 없었을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여러분?

《이때, 유심히 수업을 듣다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한 학생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건희’로 한국에서 중등교육을 받다 외교관인 어머니를 따라 올해 일본으로 건너온 유학생이다. 꿈이 ‘사학자’일 정도로 역사에 관심이 깊은 아이다. 다시 수업시간.》

선생님 : “자, 다음페이지~ 서구의 강대국들은 조선을 ‘갖고 싶지만 다스리기 어려운 나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신흥강대국으로 부상한 우리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게 되죠.

강대국들은 이를 동아시아의 정세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고 좋아하게 됩니다. 일본은 이런 강대국들의 협조 속에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한국을 병합했답니다. 이에 한국 내에서는 찬반이 엇갈렸고, ‘일부’는 심한 저항을 하기도 했죠.”

건희 : ‘찬반이 엇갈렸다니! 찬성한 사람들은 극소수의 ‘일본 꼭두각시들’ 뿐인데! 게다가 일부? 국민 대다수가 나라가 팔리는 꼴을 보고 격렬하게 반발했었잖아! 그리고 한일합방이 대체 뭐가 합법적이라는 거야! 일본은 우리를 상대로 강제로 조약을 맺고 침략행위를 일삼았잖아!’

《한국에서 배웠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교과서 내용에 화가 난 건희는 집에 돌아와 교과서를 천천히 살펴본다. 그리고 일제시대 ‘국민동원’ 부분을 펼쳐보다 또다시 분개한다.》

“일중전쟁 개시 후 일본식 성명을 칭하는 것을 ‘인정’하는 창씨개명이 행해져 조선인을 일본인화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었다. 전쟁물자를 동원하기 위해 금속이란 금속은 모두 공출되고 생활물자는 극도로 궁핍했지만 많은 국민이 전쟁의 승리를 바라고 잘 일하고 잘 싸워주었다.”

건희 : ‘이렇게 적어놓으면 창씨개명 과정에서 우리민족이 받은 엄청난 고통은 알기나 하겠어? 또, 온 국민이 전쟁의 승리를 바라고 열심히 싸워줬다는 말은 200만명의 전쟁 피해자를 무시하는 거잖아! 이러면 일본 아이들은 전쟁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옛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길텐데?’

《교과서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분노하던 건희는 거실로 나와 TV를 본다. 때마침 일본군 ‘위안부’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TV에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여전히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맹렬히 비판하는 모습을 방영하고 있다.》

건희 : ‘아! 맞아! ‘위안부’ 문제는 교과서에 있지도 않았어. 그러고 보니 일본군이 30만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난징 대학살도 기록돼 있지 않잖아? 일본의 전쟁에 동원된 수많은 희생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두 세줄 밖에 없고 일본 본토의 피해만 잔뜩 실어놨었어!’

《위안부 문제와 난징 대학살이 교과서에서 빠진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건희가 ‘새역모’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유를 찾아보니, ‘학계에 의견이 분분하고 자료의 왜곡으로 간주되는 부분이 많아 싣지 않았다’고 한다. 어이없는 주장에 아연실색한 건희는 이런 문제들을 외교관인 어머니께 말씀드리자 이렇게 답변하신다.》

건희 어머니 : “전쟁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왜곡교과서로 교육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면 어떤 일본이 돼 있을지 벌써부터 두려워지는구나.

그리고 교과서 왜곡 문제는 단순히 교과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사회가 우경화하면서 군국주의가 부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란다.

우리나라나 중국 등이 교과서 문제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지. 그러니 건희 같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일본의 역사왜곡, 군국주의 부활의 문제점을 공부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단다.”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건희는 이제 교과서에서 눈을 돌려 일본사회 전체의 흐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졌다. 한층 정확하고 넓어진 시각으로 역사왜곡교과서와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에 대해 깨닫고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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