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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tamed...길들여진다는 것
방지수 | 승인 2003.06.09 00:00

“be tamed” : 길들여지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가르쳐 주었던 말 중의 하나입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이 단어 하나로 나와 내 주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전자를 ‘주전자’라 부르는 것, 배가 고프지 않아도 점심을 꼭 먹어야 될 것 같은 허전함, 딴 생각을 하고 걸어도 집에 무사히 도착하는 일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기후, 유행, 풍습,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가 그 속에 길들여져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길들여지다’를 다른 말로 표현해 본다면 ‘익숙해지다, 사이가 좋게 되다. 물들다, 편한 상태가 된다.’ 등일 것 같습니다. 교문에 들어서서 강의실에 들어올 때나 집에 갈 때 자기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어느 한곳도 그냥 지나칠 곳이 없습니다. 나와 내 친구가 있던 곳, 그때로 엄청나게 길들여 있었던 겁니다.

또 어느 특별한 한 사람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이 주위의 어른, 선생님, 친구 또는 연인이든 간에 한 사람에게 길들여진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아니 지독할 일인 것 같습니다. 어디에 가든, 무엇을 보든 그와 연관된 것만 눈에 들어오고 그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사람이 머리가 길다면 머리 긴 사람만 봐도 그를 떠올리고, 길을 가다가 그의 이름과 비슷한 간판만 봐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빛나 보인다는 걸 실감합니다.

그야말로 헤어나올 수 없는 중증. 그가 해준 얘기, 노래, 그의 말투,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이젠 내 것이 되어 버립니다. 나도 모르게 그에게 동화되는 것일까요?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그 사람이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무슨 잘못이 있더라도 그를 원망하기는커녕 자신을 바보 같다고 책망합니다. 오히려 그 일로 인해 그가 상처받을까봐 걱정이 납니다. 어디서 그런 천사 같은 마음이 나오는 건지 무조건, 계속 잘해주고 싶은 겁니다.

아! 이렇게 일방적으로 아무 기대 없이 좋아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봅니다. 주위 사람들은 멍청하고 쓸데없는 일이라 합니다. 그러나 그때 잠깐 자신의 경험을 뒤돌아보십시오. 분명 그렇게 단정지을 것이 아님을 아실 겁니다. 지금 당신은 누구에게 길들여져 있습니까? 중요한 건 누가 자신을 이토록 길들이듯이 자신도 알게 모르게 어떤 누군가를 길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젠 한번쯤은 자신에게 길들여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그에게 눈을 돌려주십시오. 따뜻하게...

방지수 (교육대학원·국어교육5학기)

방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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