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지난 주. 다시 학교에 만난 친구들은 저마다 태풍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에 전국을 강타한 태풍 ‘매미’. 여름, 나무에 앉아 시원한 울음소리를 내던 매미는 이번 한가위 때 ‘태풍’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 지방의 주민들에게 큰 아픔을 주는 울음소리로 다가왔다.

나는 이번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지역과는 거리가 먼 곳에 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태풍 ‘매미’가 가져온 피해들을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 날 뜨거운 햇볕아래 가을을 기다리던 벼들이 비에 잠겨 누워있고, 무릎까지 차오르는 물을 바가지로 퍼내는 수재민의 모습을 말이다. 그렇게 요란하던 매미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나라에 사라지고 없다. 뉴스에는 수해지역에 관한 소식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 빈도가 가벼워지고 있는 듯 하다. 게다가 필자 같은 비수재민의 경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번 수해를 점점 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현재 우리 대학 내에서 수재민에게 성금을 보내는 사업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수해가 있었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하는 ‘이벤트성 행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각 단과대 학생회는 이 사업을 주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지고 있는 ‘수재민’과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을 이번 성금모금사업으로 살려야 한다.

나와 다른 곳에 살고 있다 해서 그 사람들의 문제가 내 문제가 아니란 법은 없다.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기에, 같은 나라에 살고 있기에 우리는 수해지역 주민들의 고충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조종운(문과대·영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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