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 의무 등을 피하기 위해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남자가 한국국적을 포기할 경우 외국인으로 취급해 내국인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이 공포됐다.

새로운 국적법에 따른 국적포기가 잇따름에 따라 우리나라 전역이 이에 대한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이 논쟁의 저변에는 민족주의적 정서가 숨어있고, ‘국방의 의무를 저버린 자를 국민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언론보도 역시 ‘국적을 포기한 자’를 집중조명하고 있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개정안 자체가 병역기피를 막기 위해서 생긴 것이 사실이고, 우리나라만큼 군대 문제에 민감한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가누가 나갔나’에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과연 살기 좋은 나라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득권층에게 살기 좋은 나라임에는 분명하지만) 고등학생이 입시 부담에 자살하고, 아직도 서슬 퍼렇게 남아있는 군대 내 구타, 경쟁에 경쟁을 강요하는 이 사회…

과연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인가?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고 한창 젊음을 꽃피울 2년을 군대에서 버리게 만드는 것이, 과연 살만한 나라의 조처인가. 병역기피가 만연하기 때문에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 군대는 필수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기득권 계층은 미합중국으로 떠나버리고, 이도저도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민중은 그 핍박과 억압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군제도가 ‘빈민개병제’가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고질적인 병역기피 문제의 해결책을 국적법 개정으로 보지 않는다. 군대를 인간화하고, 개인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는 징병제 자체가 폐지되고, 길게는 평화체제를 모색하는 것. 이것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길이다. 인권존중, 민주와 평등의 가치가 민중들의 삶 속에서 구현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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