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제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해야할 때

지난달, 경기도 연천군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비단 김일병 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사회에 군 관련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 2월 발생한 ‘논산훈련소 인분 사건’을 비롯하여 만연한 병역기피에 이르기까지 군 관련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같은 군 문제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의 잘못일까? 아니면, 군 체제의 문제인가? 그동안 군 관련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군에서는 많은 대책과 변화를 꾀하였다. 가혹행위 금지, 병영문화 개선, 사병인권 존중 등 군에서는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많은 노력들을 거듭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문제가 지속되는 원인은 군에서 제시한 대책들이 근본적인 문제를 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징병제가 기본이고 지원병제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의무병역 제도로써 징병제는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징집되는 강제성과, 낮은 보수를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동기유발이 미약하다.

이러한 이유로 강제 징집된 군인들은 정서적인 갈등을 겪게 되며, 심하면 자살에 이르거나 김일병과 같이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징병제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군에서 일어나는 사고들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 여러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를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병제는 인간의 자발성과 동기유발에 기초한 제도로, 정해진 월급을 주고 병력을 모집한다. 모병제는 군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을 군인으로 만들기 때문에 병역비리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군 생활에 대한 동기부여로 정서적인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 때문에 군내 사고 역시 방지할 수 있고 병력의 효율성도 증가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장점이 있는 모병제에 관해, 지난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열린우리당 박찬석의원의 주최로 열린 ‘병역제도 발전 토론회’가 바로 그것이다. 토론자였던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제반 여건상 현재로선 징병제 유지가 불가피하지만,주변국의 병역제도 발전 추이나 미래의 전쟁양상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자원인력 위주의 지원제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상목 국방대 교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모병제 전환이 국민 여론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징병제의 여러 단점을 고려할 때 차선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총기난사 사건과 최근 병역기피를 위한 국적포기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열린 토론회는 병역제도 논의의 불씨를 던져 주었다.

토론회 이후 모병제에 대한 찬반 여론이 네티즌 사이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우리대학 학우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대학 백영민(정치대ㆍ정치학부1)군은 “모병제가 된다면 누가 군대에 가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인천 서부경찰서에 복부중인 봉하돈 의경은 “군대에서 2년이라는 시간은 엄청난 인력의 낭비이며, 젊은 청년들의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다”고 징병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 김 아무개 군은 “모병제로의 전환은 시대적 추이”라고 모병제를 지지하기도 했다.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 모병제 하에서 군인에게 지급하게 되는 비용 등의 이유로 모병제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군 병역제도의 개편 없이는 병역비리, 군내 자살ㆍ인권 문제 등 그 어떠한 것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자명하다.

한국전쟁 이후 단 한번도 병역제도에 대해 검토해 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토론회는 병역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자리가 되었다. 대학 내에서도 군 병역문제가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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