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태생이 불순하다. 대부분의 광고가 물건을 팔아먹을 목적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불순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아름답다. 광고를 만든다는 것은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광고인의 경험과 가치관을 파는 일이기도 하다. 수십 년에 달하는 시간을 15초에 담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바퀴벌레약 광고 하나에도 광고인의 철학이 들어있는 것이다. 삶의 철학을 15초에 담아내는 일은, 삶의 철학을 2시간 분량의 필름에 담아내는 영화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광고와 영화를 놓고 무게를 잴 수 없는 것은, 한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시를 놓고 그 경중을 따지기 힘든 것과 같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여느 사람들에게 15초의 광고는 때론 무의미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딱히 광고에 정신을 집중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눈을 낚아채는 광고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 광고 속에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게도 하고 술을 마시고 싶어지게도 한다.

일상 속에서 15초 동안에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미 있는 일을 한 번 떠올려 보라. 물론 1초의 숨쉬기도 값진 일이고, 화장실에서 배설의 쾌감을 맛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잠깐 동안 삶에 진한 울림을 주는 광고야말로 진정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15초라는 그 짧은 시간에 공감하는 순간, 물건을 팔아먹기 위한 광고의 불순함도 잊어버리게 된다. 우리의 눈에 그 광고는 아름답게 비춰질 뿐이다. 그리고 머리 속에 각인되고 가슴 속에 박힌다.

광고주는 제품을 판다. 그리고 그것을 팔기 위해 광고를 이용한다. 그러나 광고인은, 그의 경험과 가치관과 정신을 판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광고주와 광고를 이용한다. 광고주와 자본의 불순한 욕망이 광고 제작자의 올바른 가치, 또는 정직한 철학과 절묘하게 만날 때, 그 때 광고는 진정 아름답게 피어난다. 그리고 그 드문 순간을, 모든 광고인은 오늘도 꿈꾼다.

주유경(문과대·중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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