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지하철을 자주 타는 학생이라면 터질 것 같은 열차 안에 자신의 몸을 꾸겨 넣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시간대에 보통 3000~5000명 정도가 한 열차 안에 들어간다니 그럴 만도 한 일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렇게 많은 승객들을 수송하는 승무원 수는 보통 1명, 많아야 2명뿐이다.

대형 참사에 이어 사상사고까지 자주 발생하는 요즘, 학생들 통학수단의 대표주자인 지하철은 우리의 안전을 얼마나 책임지고 있을까?

▲ © 김봉현 기자

현재 2인승무제로 운영되는 곳은 서울지하철 뿐. 도시철도와 대구ㆍ부산지하철 등 모두 1인승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는 논리 때문이다.

하지만 기계가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지하철 윤영록(승무지부) 상계지회장은 “사상사고가 발생할 경우 승무원은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시신처리ㆍ안내방송ㆍ신고ㆍ열차운행 등을 슈퍼맨이 아닌 이상 혼자 처리할 수 없다”고 1인승무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지난 4월에 승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구지하철에 차장이 있었다면 그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에 대해 88% 가량이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다시 말해 “2인승무제라면 최소한 기관사와 차장의 협력으로 사고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동작역에서 사상사고를 경험한 이규태 차장은 “아무래도 1인승무제 보다는 2인승무제에서 사고처리가 수월하고 심적으로 많은 의지를 할 수 있다”고 전한다. 바로 이것이 2인승무제가 갖는 강점이다.

서울지하철의 박원수 기관사는 “차장의 역할이 안내방송이나 출입문 관리 같은 지엽적인 것이 아님에도 이를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는 논리로 1인승무제를 고수한다”고 비판하며 “차장의 역할은 시민들의 편의를 돕고 ‘안전’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총체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승무원들의 높은 피로도 역시 안전운행을 위협하는 요소이다. 낮과 밤의 구분이 없는 업무의 특성상, 새벽에도 나오고 저녁에도 나오는 불규칙한 근무조건이 주된 원인이다.

▲ © 김봉현 기자

하지만 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피로를 풀 휴식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상철(익명) 기관사는 “공사측에서 주5일제를 실시하지만, 인력부족으로 인해 사실상 변칙적 주5일제를 시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저번 달에는 하루밖에 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보통 승무원들이 이처럼 한 달에 7번의 휴무 중 5번을 반납하는 실정이다. 낮과 밤에 생활이 불규칙한 승무원들이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다보니 피로는 더욱 누적되고, 이는 업무 중 안전운행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박상철 기관사는 “만성피로가 해소되지 않다보니 머리가 멍한 느낌이 종종 있고, 졸음운전을 한 경험도 있다”고 고백했다. 승무원의 직무목표 중 첫번째로 명시된 조항이 ‘열차를 안전하게 운행하고, 승객을 정확하게 목적지까지 수송하여 공공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도 높은 업무량과 사고 발생의 우려, 1인승무의 고립감 등 열악한 근무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직무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족한 인력으로 승객의 위협만을 가중 시킬 뿐이다.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안전운행’이라는 직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하철노동자들은 오늘도 외친다. “안전 인력을 즉각 충원하라”,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적극 지원하라”고. 이러한 그들의 외침은 결국 우리의 안전한 삶을 위한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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