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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은 선택 아닌 필수이름만 건축대, 작업실 없어 외부로 겉돌아
이지윤 기자 | 승인 2005.09.13 00:00

▲ © 윤태웅 기자

영화 보러 거금 내고 들어간 극장. 그런데 별안간 나타난 극장주인, “영화 상영 못해! 그러니 집에 가서 비디오를 빌려보든지 해. 뭐, 돈이야 일단 극장에 들어왔으니...” 어떤가, 황당하지 않은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겠지?

하지만 이 같은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건축대학이 몸담고 있는 공학관이다. 그 곳에는 건축설계를 공부하는 학우들을 위한 작업실이 없다. 그게 무엇이 문제냐고? 일단 학교의 의미를 살펴보자.

 ‘학교(學校)[-꾜][명사]교육ㆍ학습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학생을 모아 일정한 교육 목적 아래 교사가 지속적으로 교육을 하는 기관.’ 우리에게 없는 ‘작업실’은 건축대학에서 설계를 공부하는 학우들의 학습에 생명을 불어넣는 필수적인 공간이다.

설계는 이론 습득 후 철저한 자기 실습이 갖춰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작업실이 없는 것은, 초중고 12년도 모자라 명색이 고등교육기관이라는 대학에서까지 이론에만 서글프도록 치중하라는 것인지?

학교가 학교답지 못한 덕분에 설계를 공부하는 건축대 학우들은 사비를 톡톡 털어 외부 작업실을 얻고 있다. 극장에서 돈 내고도 못 본 영화를 감동 반 배, 울화통 두 배의 조건에서 따로 ‘비디오’를 빌려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학교가 당연히 준비해야 했을 ‘작업실’이거늘, 10명 안팎의 학우들이 모여 작업실로 쓸 외부 공간을 빌리는 모임은 한두 개가 아니다.

▲위 사진은 학교 외부에 작업실을 구해 활동하는 건축대 학생들 © 윤태웅 기자

보증금 500에 한달 방세 30. 보통 한명이 한 달에 5만원 정도 부담하는 꼴이다. 집에서 돈을 갖고 오거나 용돈을 모아 낸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두 푼도 아닌 비싼 등록금을 학교는 모두 어디에 쓰는지... 가끔 졸업한 선배가 작업실 비용을 지원해 주기도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이렇게 빌려도 걱정이 끝이 아니다.

가정집을 작업실로 얻게 되면 소음 문제 등으로 방을 빼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설계하고 모형 만드는 일을 작업실이 아닌 곳에서 하려니 능률도 저하되고 공간 부족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런 공간마저 구하기 힘들어 한 번 구하면 사용이 뜸한 방학에도 계속 돈은 내가며 유지를 해야 한다.

이런 수모를 겪으면서 왜 모여서 공동 작업을 위해 작업실을 구하는가? 그깟 과제 따위야 집에서 혼자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건축대 학우들의 말이다.

“과제는 혼자 하기에는 벅찬 게 현실이죠. 좋은 작품을 내기 위해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됩니다. 모형을 만드는 것도 그렇고요. 집에서 하게 되면 온 가족을 동원해도 모자라요.” 라고 말하는 이동훈(건축대ㆍ건축설계3)군. 이렇게 함께 도와주며 해야 며칠 밤을 꼬박 샌 뒤 작품이 완성된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1학년들은 옆에서 도와주며 배우는 게 한 보따리다. 습득한 지식을 진정한 내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이 좋은 기회를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억울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학구 욕을 불태우는 건축대학 학우들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현재 학교에는 작업실을 대신할 ‘설계실’이란 닭이 있다.

▲열악한 건축대 설계실 © 윤태웅 기자

설계실은 이론 수업을 하고, 그에 따르는 실습을 하는 교실이다. 하지만 설계실은 작업실이 될 수 없다. 용도가 다른데다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대체용’인 것이다. 학교 안에 설계실은 총 6개다. 하지만 공학관 C동 지하 설계실은 4학년이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전용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도 4학년이 되서야 자리가 배정된다.

참고로 다른 대학들은 1학년 때부터 자신의 책상이 배정되어 설계 공부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훌륭한 환경도 아니거늘 학교는 학우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는데 너무 인색하다. 습기가 가득하고 비좁은 열악한 환경이다.

나머지 5개의 설계실은 공학관 별관 2층에 있다. 설계가 필수 수업이라 작업실이 꼭 필요한 2학년을 고려한다면 5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6개의 설계실들은 도난, 방화 등의 문제로 24시간 개방도 되지 않아 밤샘 작업이 불가피한 상황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열악한 건축대 설계실 © 김봉현 기자

수업권조차 보장해 주지 않는 무책임한 학교를 떠나 외부 작업실로 향하는 학우들. 이런 작업실 중에는 10년을 훌쩍 넘긴 곳도 있다. 건축대학 학우들은 언제까지 겉돌아야 하는가?

이지윤 기자  oxiclea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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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웅 기자

위 사진은 학교 외부에 작업실을 구해 활동하는 건축대 학생들 ⓒ 윤태웅 기자

열악한 건축대 설계실 ⓒ 김봉현 기자

위 두 사진은 열악한 건축대 설계실을 보여준다 ⓒ 윤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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